주짓수 둘째 날

이름 그대로 슬로우 러너

by 던다

주짓수 둘째 날이었다. 체육관에 간다는 생각에 퇴근할 때도 왠지 두근두근, 집에 와서도 왠지 두근두근. 어색하고 낯설고 그런데 조금 재밌을 것 같고.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또 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대강 라면 먹고 누워있었을 텐데 운동해야 하니까 밥도 잘 챙겨 먹고 도복 들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으.. 간다. 10분 거리인데 거꾸로 카운트하듯 가까워질수록 또 마음이 두근거렸다. 암튼 도착.

화요일 첫날보다 사람이 많았다. 여자도 다행히 더 많았다. 어색하게 도복을 갈아입고 다 같이 준비운동으로 시작했다. 한 10분 15분 했나. 별거 아닌 한 바퀴 뛰기 옆으로 뒤로 뛰기, 네 발로 기어가기 그런 걸 했을 뿐인데 이미 좀 힘들었다. 아 최연장자 이러나 못하나 좀 걱정이 됐다. 그 순간을 지나 사범님이 가운데서 기술을 가르쳐 주시고 잘 본 다음에 둘씩 짝지어서 따라 했다. 폴댄스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작을 잘 보고 기억해서 그대로 순서에 맞게 따라 한다. 그 동작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여러 번 연습해서 몸에 익힌다. 많은 운동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누가 왜 운동을 하느냐 묻는다면. 지금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머리를 못 쓰는 사람을 보면 미련하게 느껴지는데 그간 스스로 몸을 못 쓰는 것에 대해선 너무 관대했다.라고.

사범님이 시범을 보일 때 손으로 따라 하기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는데 금방 또 까먹었다. 기억하려고 하는 것 자체도 도움이 될 거야. 그런 마음으로 집중했다.

나와 파트너를 한 분은 헤어(이미 경기 한 판 한 것 같은 흐트러져있음), 도복(뻣뻣했을 천이 야들야들 부드러워져 있음), 무엇보다 벨트색(보라색!)에서 고수의 느낌이 풍겼다. 이틀차인 나와하는데도 찬찬히 민망하지 않게 알려줘서 고마웠다. 파트너가 나에게 기술을 연습할 때는 아 고수는 이렇구나 싶게 틈이 없고 강했다. 으. 이 분은 원래 뭐 하는 분이지 궁금했다. 엿튼. 어떤 특유의 여자들끼리의 반응으로는 친해지기 힘들 것 같은? 생각에 들었는데 뭐 나도 오래 다니면 차차 가까워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화목 7시 시간대는 초급반이라서 어느 정도 안정감에 있었는데 다음에는 전 레벨 다 오는 시간이라 좀 더 긴장이 될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주저하고 긴장이 되는 건 나이 탓인지 아니면 내가 전혀 잘하지 못하고 무지한 분야라 그런 건지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그래도 이틀차를 다녀와서 뿌듯하다. 어색하지만 안 어색해질 때까지 많이 나가자.

나는 뭐든 배우는 게 느린 편이다. 새로운 상황에 빨리

파악하고 그때 필요한 기술을 빨리 습득하지를 못한다. 특히나 직장에서도 그랬다. 나의 초반 3년은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나 싶다. 이런 나의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샘이 ”샘은 한 번 적응하기만 하면 또 잘하는 스타일이잖아요. “라고 말해줬다. 나를 어느 정도 알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참 힘이 되고 고마웠다. 주짓수도 그럴까. 복싱보다는 오래 하자. 같은 시간에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내는 게 마음에 든다. 여하튼 사람이랑 바로 부대끼는 운동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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