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저녁 시간에 두 개 수업을 한 시간씩 한다. 금요일에는 한 수업을 한 시간 반 동안 한다. 어제는 연휴를 앞두고 한 시간 반 수업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수련생들이 많았다. 교실크기보다 조금 더 큰 체육관에 서른 명 남짓 되는 사람으로 꽉 찼다. 별다른 홍보 없이 회원이 계속 느는 데다가 한 번씩 원년멤버였던 고수 형님들이 방문해서 더 그렇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체육관에서 뻘쭘히 멀뚱히 있어야 했던 기간이 두 달의 시간과 함께 지났다. 특히 수업 전에 몸 풀거나 수업 직후에 탈의실에서, 아니면 스파링 시간에 기다리면서 잠깐의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다. 내향적인 사람 중에 가장 사교적인 타입인 나는 조금조금 사람들에게 말을 걸다가 지금은 얼추, 적어도 여성 회원들과는 짧게라도 다 한 마디씩 말을 트게 되었다. 나이로 치자면 월등히 많아서 언니가 아니라 막내이모와 고모뻘이지만, 이 바닥에서 에헴하고 있다가는 영영 쓸쓸히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눈에 띄게 기량이 우수하면 모를까 나는
천하의 슬로우러너이니까.
얘기를 시작하기 좋은 상대는 나보다 늦게 등록한 회원이다. 이곳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재미는 있지만 뭐가 뭔지 잘 모르겠으며, 오늘 이 수업에서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단 한 마디도 안 하고 집에 갈 것 같은 회원을 공략한다.
“할만하세요?”(나는 뭐 무지 할만하기라도 하는 듯)
“어쩌다 시작하셨어요? “
”아~ 그러시구나. 저도 얼마 안 됐어요. “
몇 회 나오는지, 이전에 다른 운동은 했는지,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주짓수 하는지 아는지 한 두 마디만 하면 조심스럽게 답이 온다.
이와 함께 내 대화가 아쉽지 않은 원래 멤버 언니들(나보다 잘하면 다 언니라고 본다)에게도 슬쩍 말을 걸기도 한다. 사실 말을 붙여봐야지 다짐하고 하진 않고 하다 보면 감탄사가 먼저 튀어나와 스몰톡이 이어진다. ”와 우와. 이거 어떻게 하는지 봐주실래요?” 기술을 물어보던가 “얼마나 하면 이 정도 하게 되나요?” 하면서 희망을 품어보던가, “원래 이렇게 배우자마자 다 까먹는 게 정상인가요?”라는 바보 같은 초심자의 질문을 하면서 서로의 어색한 공기를 좀 누그러뜨린다. 뭐 걔 중에는 단답식의 대답이나 표정으로 벽을 치기도 한다. 그럼 쿨하게 저 사람은 저런 스타일인가 보다 하고 그냥 만다. 나는 초반에 썩 인기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먼저 누가 다가와 살갑게 대하지 경우가 많지 않다. 다가가도 싫다 하는 사람은 그저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된다.
모든 관계는 천천히 조금 다가갔다가 상황 봐서 뒤로 빠졌다가 괜찮으면 조금 더 전진하는 방식 같다.
어제는 드디어 내 마음속으로 좀 친해지고 싶고 서로 간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싶은 Y 씨에게 연락처를 물어봤다.
“혹시 연락처 좀.”
“아 네네. 전 I라 네 달을 다녀도 다른 사람들 아는 바가 없는데…“ 하면서 수줍게 내 핸드폰에 번호를 찍어주었다. 뭐 막 절친하고 그럴 의도는 아니고 서로 간 너무 안 나오면 생사확인하는 그런 용도로 알아두었다.
나는 배움도 느린데 적응도, 관계도 느린 편이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분위기와 상황을 보아가며 계속 전진하면 조금씩 무르익어간다는 점이다. 뭐 가다 보면 후퇴도 하고 정체도 있다. 그러다 어떤 관성의 힘으로 나에게 맞는 사람과 무리 없이 어울리게 되고, 그러면서 주짓수도 조금 더 몸에 익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