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탈출인가

by 던다

이제 꼬박 두 달이 되었다. 8주와 두 달도 차이가 있을 만큼 여전히 체육관에 매 수업 가는 게 수월하진 않다.


여름이 되어 회원이 꽤 늘었다. 특히 여자 회원이 못해도 대여섯 명은 는 것 같다. 어제는 초급반 수업이었는데 나와 파트너를 한 여자분은 분위기상 두세 번째 수업 같았다. 몸풀기 운동부터 같이 했다.


한 사람은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다. 다른 사람은 상대 밑에 누워 양다리를 번쩍 엑스자로 들어 올려 상대 골반에 발을 올린다. 그리고 한쪽 발에 힘을 주어 몸을 빙글 돌린다. 이 동작을 열 번씩 했다. 역시나 보기엔 어렵지 않은데 막상 해보면 엉거주춤해지는 동작이다. 나는 지난번에 한 번 해봐서 두 번째라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 했다. 파트너는 처음 해봤을 때의 나처럼 조금 허둥댔다.


이어 기술을 배우는 시간.

두 사람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끌어안듯 앉는다. 거기에서 초크도 하고, 한쪽으로 몸을 쓰러트려 또 다른 초크도 배웠다. 안 쪽에 안긴 사람이 당하는 사람인데 그 입장에서 탈출하는 것도 연습했다.


나의 파트너가 나보다 신입이라 그런지 그 두 달의 훈련이 아주 영 아무것도 아니지 않았는지 그래도 그분보다는 내가 좀 더 빨리 따라 할 수 있었다. 이건 여기 체육관 다닌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분 탓인지 동작도 얼추 헷갈리지 않고 따라 했다. 물론 동작을 중얼중얼 얘기하며 생각의 흐름대로 눈알을 굴려가며 따라 한다. 오른쪽 어깨 아래로 손 넣어 상대를 감싸- 어깨 쪽으로 누워- 라펠을 돌려 잡고 지퍼 올리듯 쭉 목까지 올려 - 왼발 상대 골반에 올려 밀며 오른발 상대 명치에 - 라펠 잡은 손으로 손목 돌려 초크. 목 졸려지나요? 물어봤다.


완전 초보들이 많아 사범님이 쉬운 동작을 가르쳐줬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이 날은 왠지 동작이 쉽게 느껴졌다. 원래는 한 동작 한 동작이 모두 각각의 정보로 느껴져 10개의 정보 같았다면 이 날은 동작의 흐름이 덩어리로 느껴져 3-4개의 정보 같았다. 마치 긴 영어 문장에서 단어와 표현, 글의 구성을 잘 아는 사람은 한 번 본 문장도 금방 외우는 것 같은 이치라고 할까. 내가 드디어 좀 늘었나 싶은 한 번의 설렘일 수 있지만, 동작을 까먹더라도 자꾸 따라하다보면 그 부분은 몸과 머리에 익숙해져 다음에 그 동작은 덩어리로 처리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감이 생겼다.


파트너는 두 달 전 나처럼 조심스레 “얼마나 되셨어요?” 물어왔다. 그 질문이 어쩐지 신이 났지만 침착하게 “저도 얼마 안 됐어요. 두 달이요.”라고 답했다.


이어 스파링 시간에는 스파링 처음해보는 분과 했다. 내 체구와 비슷한 분인 데다가 처음이라 이제껏 시작과 동시에 잡혀 버둥거리는 꼴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엔 포지션 스파링이라고 배운 내용을 연습하고 당하는 입장에서 적당히 힘을 주고받아주었다. 이 때도 거의 처음으로 체급도 갖고 기술도 비등해서 뭔가 되는 기분이었다. 정말 하나 배우고 까먹고 하나 배우고 까먹는 이 상황을 두 달 반복했더니 그래도 뭐가 남긴 남았구나. 이 생각 역시 처음 하게 된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 누구나 그렇겠지만 유난히 꼴찌로 남아있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한다는 걸 느꼈다. 얼른 중간쯤 가서 주류에 끼고 싶은 마음. 꼴찌로 있을 때의 그런 다 어색하고 체면이 말이 아닌 그 상황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구나. 그래서 각종 배움에 빨리 벗어나기 위해 애써왔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아니라면 아예 도망쳐 버렸는지 모른다. 초반의 배움이 조금만 배워도 빨리 늘어서 재미있는 시기이나 슬로우 러너인 나는 또 그렇지 않아서 배움의 즐거움은 적고 애는 많이 먹는다. 그럼에도 두 달이나 걸어왔다. 영차하고 운동가방 둘러메고 체육관을 오가며 여름을 났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이 차가워질 때까지 일단 계속해보자. 그러다 보면 스파링 하다가 배운 기술도 척척 쓰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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