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오랜만에 티타임을 갖느라 늦게 집에 왔다. 꽤 떨어진 곳에서 따릉이를 타고 부릉부릉 집에 오니 6시 30분이었다. 그때 급하게 고등어 굽고 만두 삶고 애들 밥을 차려 냈다. 정작 내 밥 먹을 시간은 없어서 바나나 한 개만 욱여넣듯 먹고 6시 50분에 체육관에 뛰어갔다.
다행히 7시 수업에 늦지 않았다. 이젠 초급반 시간엔 여자회원이 절반 이상이다. 기초훈련은 무릎을 세우고 누워있는 상대의 무릎을 잡고 호핑스텝이라고 해야 하나 다닥다닥하면서 좌우로 뛰는 동작이었다. 이거 지난번에 했다가 잘 못하던 건데 하면서 시도했다. 다시 하니 지난번 보다 나았다. 한번 몸에 익히면 금방 하는 것을 처음 할 때는 왜 그렇게 삐그덕 댔나 싶었다.
이어서 하는 기술도 스파이더가드라고 상대 팔 안쪽에 다리를 벌려 발을 대고 하는 동작이었다. 오른손을 상대 다리 안쪽으로 돌려 상대 다리를 치우고 왼다리는.. 어떻게 했더라. 암튼 양쪽 다리를 적당히 치운 뒤 상대 머리 뒤로 돌아 암바를 하면서 끝내는 동작이었다. 중요한 것은 지난달에 했던 기술이었다. 아니 이렇게 기술을 순환하며 배우는 것이었어?
나는 초등학생 때 열심한 어른 신자들이 하는 매일미사를 자주 드렸다. (보통은 주말에 가는데 수위가 높은 신자들은 매일 간다.) 평일 미사에 성경을 일부 낭독하는 시간이 있다. 신부님은 4개 복음서 중에 읽고 신도 중 한 명이 그 외 성경 부분 중 일부를 읽는다. 그 매일 미사에 맞게 성경을 담은 ‘매일미사’라는 책자가 있다.그 매일미사책을 3년간 매일 읽으면 성경을 1번 읽은 셈이 된다고 했다. 그 두꺼운 성경책이 3년을 매일의 성경말씀으로 쪼개놓은 격이다. 주짓수도 기술 수업을 받고 받고 받으면 어느새 모든 기술이 익숙해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이것이 매일미사와 주짓수 기술의 연결고리.
주짓수도 무한정한 스킬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한정된 동작에서 반복이라니 너무나 반가웠다. 생각해 보면 중1-2까지도 한참을 헤매던 수학도 하다 하다 보면 정해진 문제에서 나온다. (문과 수학 한정) 정작 전공인 영어는 애석하게도 아직도 그 경지에 못 올랐지만 영어도 하다 하다 보면 어떤 임계점에 이르러 귀도 입도 트인다고 한다. 처음 교직에 와서 학생들을 대하기는 또 어땠나. 얼마나 두려웠나. 학생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그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속으로 벌벌 떨었다. 대하기 어려운 학생은 어느 해건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내가 달라진 점이라면 전보다 예상 시나리오를 많이 가지고 있다.
주짓수 수업을 마치고 20대 뽀송한 회원과 우리끼리 복습을 하기로 했다. “저 실는 지난달에 이거 배운 거 같아요” 했더니 “이게 두 달 단위로 돈데요.” 했다. 아니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그토록 헤매다가 이제 처음 한 바퀴 돈 것이니 앞으로도 좀 수월할 수 있겠다 안도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 날 내가 신입 회원보다 월등하게 능숙하진 못했다. 적어도 앞으로 어떤 동작이려니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는 있는 정도였다.
자- 오늘도 퇴근 후엔 체육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