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회의 기염

드라마는 없어요

by 던다

9월 17일. 드디어 주짓수를 한지 꼬박 3개월이 되었다. 3개월 등록을 하며 한 달만 해보고 정 안되면 2달을 날릴 생각을 하면서까지 등록을 했다. 그냥 해보자.

남자는 고사하고 여자끼리의 팔짱도 어색해하는 스타일이지만 어찌어찌 지나갔다. 사범님의 동작을 보고 바로 따라 하려는데 안 되고 억지로 복기하고 간신히 비슷하게 하는 과정을 3개월을 거쳤다. 수영을 배운 적 없이 바다에 던져진 사람처럼 그냥 던져져서 시작한 스파링도 큰 진전은 없다. 역시나 순식간에 납작하게 뒤집힌 풍뎅이가 되어 낑낑거리다가 끝이 난다. 그 순간은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사람이 벌레가 되는 건 순식간이야.

처음 한 달은 이틀 연속으로 나가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일단 한 번 발을 떼서 체육관으로 향하는 그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마음속에서부터 끌어올려 '이영차!' 하면서 일어나야 했고, 가면서도 발이 질질 끌려가듯 갔다. 마음이 부담스러우니 에어팟으로 뭘 듣는 것조차 짐스러웠다. 오롯이 '나 그냥 간다. 도착하면 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갈 거야' 속으로 중엉거리며 달래 가며 갔다. 그러다 우연히 월, 화 혹은, 목, 금 이틀 연달아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확실히 여러 동작이 좀 더 몸에 익은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아니라 순전히 몸에 익숙한 느낌은 24시간 내에 한 번 더 했을 때 살아있구나'

지난 3달은 주 3회 등록을 했었다. 의욕적으로 더 나가고도 싶은데 자제하는 때도 있었다. 소심하게 “저 3회 등록인데 4회와도 되나요?”하고 관장님께 물으니 “4든 5회든 맘대로 해~그냥 열심히만 해”라고 말씀하셨지만 에이. 그럼 되나 싶어서 이번에는 주 5회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바로 지난주, 몸이 찌뿌둥한 월요일, 독서토론협의회가 있었던 화요일, 컨설팅받는 일도 있었고 이어 수업 나눔 평가단 모임이 우리 학교에 있었고 내가 그 호스트였던 수요일, 영어과 협의회가 있었던 목요일, 뭔가 늘어지고 싶은 금요일 모두! 체육관에 출석하는 기염을 토하고 말았다. 오옥.. 회식이 있으면 회식을 끝내고 갔고 졸리면 졸린 채로 무기력하면 무기력한 채로 그냥 체육관에 갔다.

과거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지식 중심의 주입교육이라 비난받았지만 그 나름의 강력한 효과가 있었듯이. 이런 운동하기 습관 만들기는 몸에 하는 주입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까 말까 생각 말고 그냥 간다. 선택지 없이 그냥 간다. 뇌도 몸도 안 가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간다. 6시면 애들 밥을 차리고 내 음식을 먹고 6시 30분이면 옷을 챙기고 6시 40분이면 벌떡 일어나 운동하러 가는 법이다.라고 일주일을 몸에 새겨 넣었다.

주 5회 매일 가고 보니 확실히 동작을 하는데 익숙해졌다. 체육관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좀 더 쉬워졌다. 체육관에 오는 사람들 얼굴도 더 잘 알게 됐다. 샤워하며 몸을 비누로 닦아내는데 몸 안이 좀 더 탄탄해진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다 기분일 수 있다. 그래도 내 평생 언제 이렇게 주 5회 1시간씩 씩씩거리며 운동을 했나 싶어서 문득 대견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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