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향한 로드맵을 그리다
첫 외래 진료를 받는 날.
긴장과 걱정이 뒤섞여 전날 밤 잠을 설쳤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병원 내부는 이미 많은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초진 접수를 하고, 챙겨 온 영상 검사 CD를 등록한 뒤 진료과로 향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두건을 쓴 환자, 엄마 손을 꼭 잡은 자녀, 아내와 함께 온 남편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조용하고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 엄마가 보호자로 함께 와 주셨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내가 보호자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며 암에 관한 설문지를 건네자
아주머니는 흠칫 놀라며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더니
“젊은 친구가 어쩌다 그랬대…” 라며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곧 내 이름이 다시 불렸고, 진료실로 들어섰다.
첫 외래에서는 교수님께 특별히 질문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교수님이 아는 내 병에 대한 정보라고는
동네 의원에서 챙겨 온 유방 X-ray, 초음파, 조직검사 결과지와 소견서 정도.
내가 정확히 몇 기인 지, 어떤 타입의 유방암인지 교수님도 아직은 모르기 때문이다.
첫 외래 후, 대학병원에서 일정을 잡아 혈액검사, CT, MRI 등 낯설고 긴장되는 정밀검사들을 차례로 받았다.
며칠 사이 팔에 주삿바늘 자국이 줄줄이 늘어나
비로소 ‘내가 암환자가 되었구나’ 실감이 났다.
의원에서 가져온 조직 블록은
대학병원 병리과로 보내져 다시 분석되었다.
검사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야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교수님과 논의할 수 있었다.
검사결과,
암세포는 왼쪽 유방 안쪽 하부에 위치해 있었고
크기는 대략 2cm 미만으로 추정되었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의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면역조직화학검사 결과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으로 나타나
‘호르몬성 유방암’으로 분류되었다.
장기간의 항호르몬제 치료는 피할 수 없겠지만
유방암 중에서도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아형이라는 말에
불행 중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Ki-67 수치가 30%로 높게 나와
항암치료를 생략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수술을 우선적으로 진행하자고 하셨는데
하루라도 빨리 암세포를 몸에서 떼어내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 말이 너무나 반갑게 들렸다.
부분 절제도 가능하지만 암의 위치가 좋지 않고, 단순히 암 크기만큼만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조직을 더 넓게 함께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럴 경우 수술 후 가슴 모양이 많이 찌그러질 수 있다며, 차라리 유방 전절제와 보형물 동시 복원 수술을 권유하셨다.
수술 중에는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을 절제해
림프절로의 미세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수술로 떼어낸 유방 조직을 다시 검사해
최종 병기를 결정하게 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의 필요 여부가 결정된다.
수술은 한 달 뒤로 정해졌다.
유방암 진단 후, 시행하게 되는 검사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상급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본격적인 치료를 앞두고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각 검사는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① 조직검사
유방암 진단 당시 이미 조직검사를 한 번 받았지만, 기존의 조직 블록을 가지고 대학병원에서 '면역조직화학검사'를 다시 시행한다.
유방암의 아형을 결정짓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여부, HER2 과발현 여부, Ki-67 수치 등을 파악하여 치료 순서(수술과 항암 중 무엇을 먼저 시행할지), 표적치료, 항호르몬치료 필요성 등을 결정하게 된다.
② 혈액검사
치료 전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된다.
빈혈 여부, 간기능·신장기능 등을 확인해 항암치료나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에 안전하게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③ 유방 정밀 영상검사(유방초음파, 유방촬영술, 유방 MRI)
이미 유방 초음파나 촬영술을 시행했더라도, 상급병원에서는 보다 정확한 수술 범위 파악을 위해 유방암의 정확한 위치와 크기, 반대편 유방에 병변 유무,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여부 등을 다시 평가한다.
④ 전신 전이 여부 평가 (CT, 뼈스캔 검사)
암이 이미 유방 외부의 장기로 퍼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복부 CT 및 골스캔을 시행한다.
특히 폐, 간, 뼈는 유방암이 잘 전이되는 부위이므로 이러한 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⑤ 골밀도 검사
유방암 환자 중 상당수는 항호르몬 치료를 장기간 받게 된다.
이 경우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므로, 치료 전 기초 골밀도 상태를 평가해 둘 필요가 있다.
⑥ 심장 초음파 검사
일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는 심장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전 심기능을 확인해 두면, 치료 중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더 빠르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유방암 조직검사 결과지 해석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면역조직화학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다음은 검사 결과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주요 항목들과, 각 수치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 Estrogen receptor (ER): ex) 90%
- Progesterone receptor (PR): ex) 40%
암세포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의 발현양을 나타내는 수치다.
양성(positive) 일 경우 암세포가 호르몬 치료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수용체 중 하나라도 1% 이상이면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유방암으로 진단된다.
만약 둘 다 1% 미만이면 호르몬 수용체 음성(HR−)으로 분류된다.
일부 병원에서는 발현율(%) 대신 Allred score를 사용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Allred score = IS (Intensity Score) + PS (Proportion Score)
점수가 0~2점이면 음성, 3~8점은 양성으로 판단한다.
- HER2 (c-erbB2): ex) 1+/3
암세포 표면에 HER2 단백질이 과발현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이다. 양성일 경우 HER2 표적항암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HER2 0 또는 1+"는 음성, "3+"는 양성으로 판단한다.
"2+"는 경계(불확정) 상태로, 이 경우에는 유전자 증폭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양성/음성을 판단한다.
- Ki-67 index: ex) 30%
Ki-67는 암세포의 분열 속도, 즉 암의 공격성을 반영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Ki-67 수치가 30%라면, 검사한 암세포 10개 중 약 3개가 현재 활발히 분열 중이라는 의미다.
수치가 높을수록 암이 빨리 자라고 전이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Ki-67 수치가 낮다면 진행 속도가 느린 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암치료 없이 수술, 방사선치료, 항호르몬치료만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Ki-67은 병원마다 해석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에서는 10% 이하 = 낮음, 10% 초과 = 높음으로 보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20% 또는 30%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