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고민 / 가족의 역할 / 치료비문제
암 치료는 최소 수개월 이상이 걸리고, 암의 종류와 병기, 치료 방식,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병행할 수 있을지’가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 자녀 돌봄이나 직장 생활 등 생계유지와 관련된 문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
직장 꼭 그만둬야 할까?
유방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아직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 전이거나 치료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면, 성급히 퇴사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치료계획에 따라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병가나 연차로 충분히 대처가능하다.
수술은 ‘전절제를 하느냐 부분절제를 하느냐’ 그리고 전절제를 한다면 '복원술을 시행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수술 및 입원, 그리고 회복기간이 달라진다.
부분 절제술의 경우, 수술 및 입원기간은 길어야 3박 4일이며 퇴원 후 일주일가량 충분히 휴식하면 일상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수술한 쪽 팔에 무리가 가는 활동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전 절제술의 경우, 수술 및 입원에 1~2주 정도가 필요하며, ‘보형물 복원’ 시 추가적으로 1~2주가 소요된다. ‘자가조직을 이용한 복원’의 경우, 수술부터 회복기간까지 총 1~2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방사선치료는 길어야 두 달 이내로 종료되며, 치료시간도 짧아 스케줄만 잘 조율된다면 출근 전후로 치료를 받으며 직장과 병행 가능하다.
항호르몬치료는 표준치료 이후 진행되는 유지요법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경구약이나 간헐적인 주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장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직장 ‘퇴사나 휴직을 결정하는 것은 항암치료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항암치료는 기본적으로 3주 간격으로 4회, 약 3개월간 진행되며, 암의 양상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1~2개월 더 소요될 수도 있다. 특히 HER2 양성 유방암의 경우에는, 표적치료제를 병용한 항암요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진다.
또한 항암 후에도 피로, 면역저하, 탈모, 위장장애 등 여러 부작용으로 회복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여유가 필요하다.
물론 항암치료 중이라도,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고 마스크 착용,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직장과의 병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약물 부작용으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고 환자 본인이 힘들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 시기만큼은 몸과 마음의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장한다.
퇴사나 휴직 여부는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 계획과 개인 상황을 모두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가족, 직장과도 계획을 공유하며
나에게 가장 부담이 덜한 방식으로 일상을 재설계해보자.
암환자 가족의 역할
환자가 온전히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족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다.
가족이 환자의 아픔을 대신하거나 병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치료 과정과 정서적인 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족의 든든한 정서적 지지를 받은 환자는 치료 후 삶의 질이 높고, 증상으로 인한 고통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먼저 병원에 함께 다녀줄 보호자를 정해야 한다.
병원이 가깝다면 혼자 다닐 수도 있겠지만, 힘든 시기일수록 가족이 곁에서 함께 도와주는 것이 좋다.
나는 엄마가 항상 보호자로 따라다니며 왕복 2시간이 넘는 통원거리를 운전해 주셨고, 긴 시간 항암주사를 맞고 있을 때면 옆에서 지켜보며 불편한 건 없는지 살뜰히 챙겨주셨다. 고독한 주사실에서 그저 함께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었다.
신혼의 단꿈을 꾸며 자녀계획을 세우고 있던 차에 졸지에 암환자 와이프를 둔 외벌이가 되어버린 우리 남편은
암진단 후에도 내게 변함없는 사랑을 주었고, 병원비와 생활비를 모두 책임지면서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집에서 쉬어도 괜찮아. 나아서 내 곁에 오래만 있어줘.”라며 나를 다독이고 안아주었다.
가족들의 믿음과 사랑에, 나는 늘 감사하며 살아야 할 의지를 갖게 되었고, 고된 치료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환자가 평소 맡아왔던 육아나 집안일은 가족이 나누어 맡아야 한다.
특히 유방암 수술 후에는 림프부종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한 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무겁거나 힘든 집안일은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가족이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호자가 일시적으로 업무량을 줄이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경우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가르쳐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암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치료와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찾아 알려주는 것도 좋다.
또한 환자만을 위한 음식을 따로 만드는 수고도 줄이고, 가족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건강한 식생활을 함께 실천해 보자.
돈이 있어야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엔, 매달 8만 원 남짓 내는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워낙 잔병치레도 없었고, 감기에 걸려도 병원보다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넘기는 편이었기에 ‘괜히 가입했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암 진단을 받고 보니, 보험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암 환자는 국민건강보험만 있다면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등록되어 병원 진료 및 약 처방조제 시 본인부담금이 5%로 줄어든다.
여기에 내가 가지고 있던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 5%의 대부분을 환급해 주었고, 비급여 항목도 80%까지 환급해 주었다. 게다가 암 보험에서는 진단금이라는 목돈까지 지급해 주었다.
‘금융 치료’라 했던가. 돈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치료비에 대한 부담 없이 내 몸 하나만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보험 덕도 컸다. 건강도 잃은 마당에 돈까지 없었더라면 정말 서러웠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만나는 지인마다 묻는다.
“보험 들었니? 아직 안 들었다면, 지금이라도 꼭 들어.”
연세가 있는 분들은 대부분 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젊은 환우들 중에는 실손보험조차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암환자는 산정특례 등록일로부터 5년간 본인부담금이 5%로 줄어들긴 하지만, 일부 고가의 항암제나 비급여 시술 등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클 수도 있다.
여기에 양육비, 간병비, 교통비 등의 지출은 더해지고
환자나 보호자가 하던 일을 잠시 쉬게 되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수입은 줄어든다.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경우 국가 암환자 지원 제도, 지자체 복지 서비스 등 사회복지제도나 민간 의료비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알아보자.
종합병원에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 제2항 제6호에 따라 ‘의료사회복지사’가 1명 이상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환자의 재활, 사회복귀를 돕는 상담과 정보 제공을 담당한다. 그 외에도 국가 의료비 지원사업, 민간단체 후원 연결, 무료 간병인 연계, 심리·정서적 지지 서비스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상담받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