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우리의 현재 삶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어떤 요인이 뇌 화학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문득 세상의 모든 슬픔이 나에게만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불안증 유병률 역시 30퍼센트로 상위권이다. 우울과 불안증은 매우 흔하다. 우울증 퍼즐에서 현재 처한 상황은 약간의 통제력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조각이다. 이 중에는 우리가 교체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 장에서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변화의 희망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긍정심리학의 권위자인 소냐 류보머스키는 행복 연구를 한 심리학자다. 그녀는 사람이 자기 행복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유전적 요인 50퍼센트, 환경요인 10퍼센트에 좌우된다. 유전자나 어릴 적 경험, 그 외 삶의 방식에서 온 것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 의하면 전체 행복의 약 40퍼센트 정도는 노력으로 가능하다. 40퍼센트가 작아 보이는가? 잠시 생각해보면 꽤 큰 값이다. 우리 안에서 40퍼센트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을 찾기 어렵다. 노력으로 키를 40퍼센트 키울 수 없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행복의 수치 40퍼센트가 작게 보여도 우리에게 변화의 희망이 있다.
우울증이 주변에 흔하게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뇌 회로가 바로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뇌에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뇌 회로의 다양한 활동과 화학 작용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는 우리가 교체할 수 있는 것과 교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물학적 상태를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유전적 한계를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면 뇌에서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놓여 있는지 인정할 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우울과 불안의 바탕에는 첫째 생물학적 요인이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한 유전자다. 어떤 사람은 우울감이 남보다 잘 느껴진다. 특정한 감정회로의 조율 방식을 결정하는 어떤 유전자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유전자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자는 단지 우리의 뇌 회로가 특정한 방식으로 발달토록 경향성을 만들었을 뿐이다. 둘째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경험한 트라우마다. 이것은 유전자의 발현과 뇌 회로가 발달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은 후성유전epigenetics에 영향을 받는다. 유전자 발현 방식이 우리 뇌에 모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유전자를 바꿀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를 꼭 바꿀 필요는 없다. 행동과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후성 유전에 영향을 준다. 우리 안에 있는 유전자의 영향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어릴 적 트라우마도 마찬가지다. 경험한 사실은 없앨 수 없다.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사실에 대해 갖고 있던 감정과 생각을 바꿀 수는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안경을 쓰면 된다. 행동을 바꾸면 우리의 생각이 바뀐다. 생각을 바꾸면 뇌 회로의 작동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후성유전 메커니즘은 현재진행형이다. 어릴 적 경험에 대한 견해도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관점 안경에 따라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