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에 실망하지 말자.
어쩌다 실패라는 단어가 이리 친숙한 지.
좀처럼 단박에 풀리지 않아 실패나 거절에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그렇다고 삶이 '망한 시험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한 번에 통과한 것도 있다.
대학입시와 결혼.
적고 보니 인생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 첫 번째에 순탄하게 흘렀으니 앞의 설명은 좀 과했나 싶다.
물론, 결혼은 아직 미지수다. 아직은 장담할 단계는 아니니 물음표로 남겨놓아야겠다.
그 외의 것은 모두 여러번 시도하며 매듭을 지었다.
시험으로 취득한 국가자격증이 총 5개인데, 한 번에 붙은 적이 없다. 대개 1차 필기시험은 그럭저럭 합격선을 넘지만, 2차 실기 시험은 불합격이었다. 점수를 보면 합격선에서 아깝게 실패해 다음엔 꼭 합격하겠다는 자신감을 갖도 시도하지만, 종전보다 형편없는 점수로 탈락한다. 어이없어 의기소침하다 오기로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에 걸쳐 취득했다. 작년에도 1차 필기시험 유효기간을 넘겨 재시험을 치르며 2차를 준비했으나 2번 모두 불합격했다.
첫 아이 출산 후 학사편입으로 시작한 공부도 6년 만에 졸업했다. 둘째의 출산, 입퇴원 반복으로 공부 타이밍을 놓치곤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 후 졸업을 했다. 목수가 연장을 탓하지 않듯 시험 준비에 있어 다른 이유는 없다. 공부시간이 부족해서 실패했고, 곁 눈 질 하지 않고 다시 공부하면 된다.
글 서두에 '망한 시험지'인생은 아니라고 표현한 이유가 이것이다. 다시 준비해서 결국 자격증도 취득했고, 졸업도 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과정도 이러게 마쳤다.
삶이 엉뚱하게 흘러갈 때는 허탈감, 민망함에 한 숨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다음이라는 시간이 있고 어김없이 열매를 안겨주었다.
어쩌면 더 귀하기에 돌아서 결과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선물처럼 소중하게 간직하라고 두 번, 세 번 애간장을 녹인다 생각하면 기분도 좋고 설렘도 느껴진다.
그럼에도 뭔가가 될 듯 말 듯, 시간을 다투는 상황은 스트레스 가득이다. 공부하는 학생, 취업을 준비하는 예비사회인, 창업 후 매출을 기다리는 자영업자, 내 집 마련을 언제 할지 기약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이런 애태우는 상황이 즐겁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쉽게 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어렵지?'
나만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하다. 그런데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 알고 추측하는 경우가 많다. 우아한 모습의 백조도 쉴 새 없이 물장구를 치고 있듯이 타인의 결과물도 그만한 노고가 있었을 것이다.
속내를 보면 쉽게 만든 결과물이 아닐 것이다.
여자와 버스는 다시 온다는 말처럼, 삶 속에 도전 기회도 여러 번이다.
이번에 탈락한 시험은 다음을 기약하면 되고, 오늘 못한 일은 내일 하면 된다.
다음이라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 시간은 참 공평하다.
책 '실행이 답이다'에서는 실험이라 생각하면 인생이 즐겁다고 한다. 의미부여가 달라지면 생각과 행동이 바뀌게 된다. 시행착오, 도전이라는 말보다 실험이라는 표현이 부담도 적어 뭔가 할 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고 정주영 회장의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은 '정주영회장이니까 가능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실험 한번 해보자'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험은 한 번에 결괏값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기회는 다음에 또 온다.
로또 '꽝'에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복권은 또 사면되니까.
기회는 한 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