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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글방 May 09. 2021

후회 없는 걸음이 되길

[단비글] '발자국' ②

어렸을 적 친가에 갔을 때 일이다. 아빠가 마루와 마당 사이의 길을 시멘트로 바닥 보수를 했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채 마르지도 않은 시멘트 바닥에 내 발자국을 남겼다. 아빠는 뒤늦게 아시고 나를 혼냈는데 아직도 그때 내가 남긴 발자국이 남아있다. 발자국을 새긴다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 애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글과 말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늘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어로 세상에 나를 표현했다. 학창 시절에는 글짓기 대회나 백일장, 토론 대회가 있으면 빠짐없이 참여했고 큰 상은 아니어도 작은 상을 종종 받고는 했다. 또 싸이월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일기장, 발제문, 기사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글을 쓰고 말을 했다. 내가 남긴 말과 글들은 마르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남긴 발자국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내 기억에서는 어느새 잊힌 과거의 내가 했던 말이나 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이러한 경험은 과거보다 점점 부쩍 늘어났다. 의사소통 환경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플랫폼이 다양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를 선호한다. 꼭 필요한 때를 빼고는 노트북 대신 노트와 펜을 이용한다.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는 이제 하나의 취향이 됐다. 기본은 디지털이 된 지 오래다. 디지털 시대 언어생활은 과거보다 쉬워졌지만 더 조심스러워졌다. 내 말을 누군가 녹음해 공유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삭제해도 어딘가 여전히 내 글이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말뿐만 아니라 글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디지털 기반의 글쓰기는 글을 올린 뒤 바로 공유할 수 있고 즉각적으로 사람들의 반응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여러 번 고치고 여러 번 수정한 후에야 글을 올리게 되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올린 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 몇 번이고 쉽게 지우거나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수정하기 전 글이 퍼져나갈 수도 있기에 신중하게 글을 쓰게 된다.      


오늘도 펜과 키보드를 오가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글을 신중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나 역시 가끔 실수하고는 한다. SNS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이용하다 감정이 치밀어 올라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보낸 적이 있다. 그래서 카톡을 통한 대화를 할 때 조금 느려도 신중하게 답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급한 일은 전화로 한다. 디지털 글쓰기는 공책을 찢듯이 없애려 해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시멘트 바닥에 새겨진 발자국처럼 지우려 해도 쉽게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멈출 필요는 없다. 과거보다 더 많은 플랫폼에서 글쓰기가 쉬워진 장점을 활용해 계속 글을 써나가면 된다. 다만 아날로그 글쓰기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퇴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거보다 ‘흰 종이’가 많다. 그 여백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내 몫이다.      

나는 용기를 가지고 계속 쓸 것이다. 내 글이 주변과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리라 믿는다. 내가 쓰는 언어가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말과 글을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 몇 번이고 들여다보면서 다듬을 것이다.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과 마음을 담은 언어가 내 글을 읽는 이에게 오롯이 가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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