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고 싶던 공부를 하고 있고, 커뮤니케이션 강의로 좋은 평을 받고, 수강생들과 소통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아직까지는 내 선택에 만족스럽다.
그런데 유독 나는 비서로 일할 때 마음이 참 힘들었다.
눈물 없는 직장생활이 어디 있겠냐 마는
울면서 퇴근한 날도 많았고, 화장실에 숨어서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B형이 개성이 강하다는 데, 내 혈액형이 B형이라 누군가의 지시만 따르는 일이 힘든 것인가?
아니면 물고기자리가 자유롭고 예술적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상사의 말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인가?
이렇게 유치한 이유라도 찾아 비서로서의 삶을 견뎌보려고 했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비서라는 자리는 다른 자리 보다도 사실 임원들과 소통해야 하는 자리라 항상 조심스럽고 긴장하며 일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긴 했다. 그리고 모시고 있는 사장님이 업계에서도 깐깐한 성격으로 소문나신 분이었다. 업무 실적과 추진력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지만, 직설적인 표현과 다혈질적인 기질로 다른 임원들도 가끔은 일하기 힘든 분이었다. (하긴, 높은 직급의 상사 중에 어렵지 않은 분은 없겠지만……)
특히, 비서로서 그런 보스를 모신다면, 다른 직무보다 의견 피력을 하기 어렵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보스의 업무 스타일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맞춰야 한다.
조금 비약하자면, 보스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그런 줄 알고,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가끔은 해야 하는 게 비서의 자리이다.
나는 비서로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워낙 여성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지금은 그런 말을 싫어하지만), 조용한 성향이니 비서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은 일일 뿐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더욱 비서로 일하는 시간이 꽤나 곤혹스러웠다.
일 그 자체는 솔직히 적성에 맞는 부분이 많았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외국인들과 직접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꼼꼼한 성향이라 임원급 문서관리, 의전 등은 의외로 나의 성격과 맞았다.
그런데 오히려 ‘보스의 말’이 그 자리를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비서로 일하는 경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또 퇴사는 새로운 길을 찾고, 나와 같은 고충을 지닌 다른 직장인들 많다는 것을 깨닫고,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극성스러운 상사들의 험담을 하거나 비서의 고충 썰(?)을 풀어놓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은 아니다.
왜 ‘비서’로 일하는 것이 유별나게 나를 힘들게 했는지.
왜 유독 상사의 ‘말’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왜 이렇게 ‘상사의 말’ 때문에 괴로워하는 어른들이 많은지.
왜 우리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중심이 흔들리는지.
씨름했던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퇴사 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S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진학하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전문적으로 도움을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와 강의를 하고 있다.
일 자체가 아니라 ‘사람’, ‘말’, ‘자존감’때문에 오히려 출근하기 싫은 사람들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