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영화보다 영화 같은 비서의 이야기
매진된 BTS 콘서트 티켓을 구해오라고요?
비서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일하세요?
비서라고 이야기했을 때 종종 듣는 질문이었다.
하하, 어떤 의도의 질문이었을까?
비서가 겪을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을 잘 그려낸 영화 중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만한 영화도 없을 것이다.
아니, 실은 비서뿐 아니라 직장인이면 공감할 만한 상황들을 잘 묘사하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 가장 공감할 수 있던 장면이 있었다.
첫 출근 후, 긴장하며 업무에 적응해가던 주인공 '앤디'
보고 싶던 아빠와 저녁을 하며 위로를 얻는 금요일 밤.
갑자기 출장에 가 있는 보스 '미란다'에게 전화가 온다.
쌍둥이 딸의 발표회를 보러 가기 위해 당장 집으로 돌아갈 항공편을 구해보라고.
하지만 폭풍으로 모든 항공편은 결항인 상태.
비서 '앤디'는 아빠와의 저녁식사도 취소하고
수단과 방법을 다해 항공편을 구해보지만...
아이언맨도 비행할 수 없는 악천후에 당연히 항공편을 구하기를 실패한다.
월요일이 오지 않길 바랐을 '앤디'
'미란다'가 출근해서 화를 낼 줄 알아 벌벌 떠는 '앤디'
그러나 웬일로 잠잠하게 넘어가는 '미란다'
하지만 이번엔 신작 '해리포터' 미간행본을 구해오라는 보스.
구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말한다. 차라리 해고해주세요...
나의 경우, 보스가 이미 매진이 된 BTS 콘서트 티켓 6장을 구해보라고 요청했다.
대중적인 티켓팅 사이트에서는 이미 매진 완료되었고, 팬들 사이에서도 암표라도 구해보려고 전쟁인 공연이었다.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빈자리는 한 좌석도 뜨지 않았다.
해외에서 VIP 게스트도 함께 관람할 예정이라고 해서 마케팅 팀에게도 혹시 BTS 기획사 '빅히트' 쪽에 아시는 분이 계시는지도 물어보고, 직접 '빅히트'에 메일도 써보고, 전화도 걸어보았지만... 도저히 연결이 불가했다.
암표 가격도 60만 원 정도로 나왔는데도 바로 거래가 완료되는 상황.
꼬박 이틀을 노력해보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너무 인기가 많고 해외 팬덤도 많은 가수의 공연이라 예매가 어려울 것 같다고 보스에게 보고했다.
BTS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고, 공연이 매진되었다는 기사가 연일 뜰 때였기에 티켓 구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건 보스도 예측하고 있던 것 같았다.
보스는 '최선을 다해서 구해본 거니?' '기획사 쪽에 인맥 없니?'
'그럼 다른 공연이나 봐야겠네.'라고 말했고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되었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인가? 나는 왜 공연계 인맥이 없는 것인가.'
아무리 공연계 쪽에 있는 사람이라도 그 당시 BTS 콘서트 티켓은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직장생활이 그렇다.
성공하면 당연한 것이고, 실패하면 무능한 직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잔상으로 남아 나의 이미지가 된다.
다른 상사나 동료들이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 스스로 그 결과들이 자존감을 낮아지게도 하고, 또 높아지게도 한다.
실은 '미란다'도 폭풍 속에 비행할 수 있는 항공편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를 구하지 못한 것은 '앤디'가 능력 부족도 아니고, 최선을 다한 것도 아니다.
특히, 비서는 때로는 무리해 보이는 업무 지시를 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지혜가 필요하다.
불가능한 지시를 내린 상사에게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거나 납득시키는 것은 상황만 악화될 수 있다. 원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성공시킬 수 없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 안 되는 상황이 있는 것이다. 억지 같은 지시를 내린 상사가 잘못한 것이지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절대 없다. 때론 뻔뻔해지자.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닥친다면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빨리 그 상황을 넘기고 자신감 있게 새로운 상황을 맞는 것이다.
영화 속 '앤디'는 의지가 될만한 다른 상사를 찾아가 조언을 얻는다.
그리고 패션 스타일과 말하는 태도를 바꿔 자신감을 얻는다. 외면을 바꾸는 것은 내면을 바꾸는 좋은 팁 중에 하나일 수 있다.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도, 취미생활, 독서, 자기계발, 기도, 요가, 마음챙김 명상 등 무엇이든 좋다. 자신에게 맞는 그 무엇이라도 붙잡아 스스로 다시 당당하게 일어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