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 기억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일 뿐이다.
시간이 흐른 기억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일 뿐이다.
그걸 아는 데 십 년이 걸렸다.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채, 다시 그 골목을 걸었다. 정확히는 그날,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마주쳤던 자리. 예전 같았으면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굳어버렸을 텐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냥 어깨가 조금 무거울 뿐이었다.
“그땐 참, 사랑이 전부였지.“
혼잣말 같지도 않은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사랑이었는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그러나 이제는 그 이름을 들어도, 그때 울던 얼굴이 떠올라도, 마음이 쿵 내려앉지 않는다는 것.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혀끝에 남았다. 어쩌면, 기억이란 것이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삼키기조차 힘들지만, 어느 순간부턴 그 쓴맛조차 하나의 ‘맛’이 되는 것.
그리고 사람은 그렇게 살아간다.
다시 걷고, 다시 마시고, 다시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