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비 오는 오후

오후의 빗소리는 마음에 묻은 검댕을 씻어내리는 듯하다.

by 단비

오후의 빗소리는 마음에 묻은 검댕을 씻어내리는 듯하다. 실내에 앉아 있을 때만 허락되는 이 위로를 오늘도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본다.


그날 오후는 유난히 한가로웠다. 동생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사소한 영화나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주말. 갑자기 창밖에서 빗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어, 비 온다.”

동생이 먼저 말했고, 나도 따라 창문을 바라보았다. 유리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토독토독 퍼져 나가며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에 마음속이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밖에 있었으면 엄청 찝찝했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가 밖에 있었다면 빗소리에 위로를 받기는커녕 옷이 다 젖어서 투덜대기만 했겠지. 살포시 웃음이 났다. 나른한 주말 오후에, 젖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빗소리라니.


나는 다시 소파에 등을 붙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실내에서만 허락되는 이 평화를, 조용히 귀 기울여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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