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건진 하루의 위로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비처럼 쏟아지는 엄마의 폭언을 듣고,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진 채 학교로 향하는 날.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서 '오늘은 그냥 버티기만 하자'라고 체념 어린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 오늘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무거운 마음에도 학생 앞에서 티 낼 수 없어 웃으며 조례를 했다. 조례가 끝나고 반 학생에게 말했다. "너 오늘 외투 바뀌었네?" 그러자, 학생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오늘은 좀 화사하고 싶어서요." 내가 받아쳤다. "진짜 오늘 화사하다." 그러니까 학생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베베 꼬며 고민하다가 대뜸 말했다. "쌤, 오늘 아침에 엄청 춥던데요. 아직 여름인데." 말을 돌리는 모습이 귀여워 슬쩍 웃었다. 그때 상습 지각생 한 명이 교실로 들어왔다. 학기가 바뀌고부터는 한동안 잠잠하더니, 드디어 오늘 첫 지각을 했다. 내가 놀렸다. "이제부터 지각 루틴 시작한 건 아니지?" 그러자 학생이 멋쩍게 웃으며 무어라 변명을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냥 웃음이 났다.
교무실에 앉아 1교시 수업을 준비하는데 문득 '내가 이런 순간 때문에 학교 안에서 버텨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학생과 나누는 작은 대화, 불쑥 새어 나오는 웃음이 내 학교 생활, 내 삶을 지탱해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비록 나는 답답함과 지침으로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언젠가 학교를 떠나더라도 이런 웃음의 순간들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전연인을 그리워하듯 학교 밖에서도 학교 안에서의 순간들을 자주 그리워하겠지. 그래서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기로 했다. 언젠가 그리움이 될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