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약속이 만든 웃음
나를 '꼬꼬'라 부르는 학생이 있다. 예전에 내가 잠깐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이름에 '꼬꼬'라는 글자가 들어갔는데, 그걸 들춰내 장난 삼아 부르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그래서 나도 장난스럽게 그 학생을 '호호'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에 '호'가 들어가기도 했지만, 귀엽고 밝은 웃음소리가 별명과 어딘가 닮아있기도 했다. 호호는 복도를 지나다가 나를 만나면 언제나 웃으면서 '꼬꼬'라고 툭 던지듯이 말하고는 훽 지나가는 장난을 즐겨했다.
어느 날, 내가 반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을 때였다. 언제나처럼 나를 꼬꼬라고 부르고 지나가려는 호호가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저도 과자 주세요." 두 손을 척 내밀었다. 그런데 마침 호호 차례에서 과자가 똑 떨어지고 말았다. "과자 다 떨어졌네." 호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했다. 그래서 나는 가지고 있던 스틱꿀 하나를 대신 건넸다. "담에 과자 생기면 꼭 줄게." 호호는 꿀을 받아 들고 씩 웃더니 또다시 '꼬꼬'하고 훽 지나갔다.
그런데 몇 교시가 지난 후, 동료 교사가 내게 과자 한 봉지를 내밀었다. "호호가 선생님 드리라고 주던데요. 선생님 입에 과자 직접 넣어주라고, 선생님이 먹는지 확인도 꼭 하래요." 그 순간 웃음이 났다. 작은 꿀 하나와 약속이 큰 마음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며칠 뒤, 나는 약속대로 호호에게 과자를 건넸다. 그러자 호호는 복도를 누비며 "이거 인생 과자다." "내가 먹어본 과자 중에 제일 맛있다."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복도에 가득 퍼지는 그 자랑이 너무 귀여웠다. 나도 호호에게 받은 과자를 손에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과자다."하고.
최근에 호호는 나에게 "꼬꼬. 왜 로그 좋아해요?"라고 묻는다. 새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에 '로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보이기가 민망해서 새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건만, 또 어떻게 알아냈는지 구독까지 누르고 새롭게 나를 놀리는 중이다. 그 놀림이 영 싫지 않다. '꼬꼬'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왜 로그 좋아해요?'하고 묻는 웃음이, 그 따뜻한 순간들이 나를 빛나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