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 모든 사건이 증명되어야 하는 책임 속에 놓여 있다.
사람들 없는 공간에서는 잘하는데,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하고 떨어서 못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잘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내가 잘하는 것을 모른다. 못 하는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나의 ‘잘’은 사람들에게 증명되지 못하고, 나만 아는 것으로 간직되었다.
증명받지 못한 실력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분명 나는 확인한 것인데도?
세상만물은 자기 자리에 존재하지만, 증명되지 못한 것은 의식 속 어딘가로 밀려난다. 어쩌면 뿔 달린 말이나 불타오르는 새가 진짜로 있을지도 모른다. 증명되지 못했을 뿐.
만약 그렇다면, 유니콘과 주작은 정말로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을 뿐, 어딘가에는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눈이 60개나 달린 편형동물이 영국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이전에는 있을 거라 상상조차 못 했던 기이한 생물이었다. 드디어 발견된 이 생물은 원래부터 존재했으나, 존재가 증명되었기에 비로소 존재하게 되었다.
증명받지 못한 나의 능력 또한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사람들 눈에 확인되지 못해서, 증명되지 못해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언젠가는 나 또한 발견되어 증명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증명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발견되기 전에도 잘 살았던, 눈 60개의 편형동물처럼. 나 역시, 내 실력 역시, 발견되지 않아도 나와 함께 잘 살아갈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