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인 이름을 가졌으나 지독히 이기적이다.
나에게 열렬한 애정을 가진 투두리스트는 아직 없지만,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은 있다.
그 대상은 하나뿐인 내 동생이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만 내 곁에 남길 수 있다면, 단연코 그 사람은 내 동생이 될 것이다. 그만큼 나는 동생을 열렬히 사랑한다.
그런데 그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동생이 편한 직장으로 옮기길 바라는 마음은, 동생이 힘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동생이 일보다는 나랑 더 오래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일까.
동생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동생이 건강해서 내 아픔을 돌봐주길 바라는 마음일까.
만약 동생이 사라져 슬프다면, 그것은 진짜 동생을 잃은 슬픔일까? 이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도 없다는, 남은 내가 안타까워 우는 이기적인 슬픔은 아닐까.
그러니 어쩌면, 나는 동생을 열렬히 사랑하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영원한 내 편이 필요하니까, 그런 내 편을 가진 나의 삶을 열렬히 사랑하는 건지도 모른다. 결과를 바라보고 애정했던 나의 투두리스트처럼.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본디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를 조건 없이 품어주는 이타적인 단어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의 안위와 나의 안식을 기원하는 지독히도 이기적인 단어. 그것이 사랑의 실체가 아닐까.
그러나 놀랍게도, 그 이기적인 실체들이 모여 세상은 따뜻해진다. 나를 위한 마음들이 서로를 향해 어설프게 내뻗는 온기로 사랑은 이타적인 이름이 된다.
그러니까, 나 또한 이대로 동생을 사랑해도 되겠지. 이대로 열정을 부려도 좋겠지. 이대로 좀 이기적이어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