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은 찌지 않아요.
‘폴짝폴짝’
사료그릇에 손을 뻗는 순간,
단비는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휘휘 돌리며 내 주변을 맴돈다.
그릇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사료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저 놈의 먹성은.
누구를 닮아 이렇게 식탐이 많은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며칠 굶긴 줄 알겠다.
매번 밥시간마다 이러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너무 잘 먹길래 예뻐서 자꾸 더 줬다가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고 토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결국 병원에도 갔다.
엑스레이에는 단비 배 속이 사료로 가득 차 있었고
수의사는 하루 굶기라는 처방을 내렸다.
먹는 건 끝내주는데, 소화력은 영 시원치 않다.
다행히 그 사료들은
배변패드를 가득 채울 만큼 똥으로 나왔다.
조그만 몸에서 사람 크기만 한 게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흠칫한다.
그럼에도 단비의 먹성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바스락 소리만 나도
어디서든 달려와 간식을 요구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앵기고 매달리니
내가 다 민망할 때가 많다.
단비는 엄청난 먹보지만
살은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을 갖고 있다.
털빨 덕에 통통해 보이지만
미용이라도 잘못하면 자칫 ‘처량한 대두’가 되기 쉽다.
밖에 나가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아유, 왜 이렇게 말랐어?”
어릴 때부터 내가 그렇게 듣던 말인데,
이젠 단비까지 함께 듣는다.
나 역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붙지 않는다.
용하다는 한의원에 갔을 때 들은 말이 떠오른다.
“좋은 거 먹어봤자 다 똥으로 나가요. 음식만 아까워요.”
단비도, 나도
체질부터 먹성까지 참 빼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