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욕망의 흔적

by 단비

단비가 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킁킁.’

강아지 냄새만 맡으면
나오지도 않는 소변을 기어코 짜내
이곳저곳에 자신의 체취를 남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누구도 가르친 적 없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했다.

쭈뼛대는 듯 보였지만
그 속에 숨은 욕망은 감춰지지 않았다.

막상 누군가 다가오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시선을 끌고자 아양을 떨기도 한다.

단비는 이렇게 작은 욕심들을 품고 있다.

어쩌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욕망이다.
SNS에 좋은 모습만 골라 올리는 우리들처럼.

타인의 행복에 부러움이나 경쟁심을 느끼면서도
결국엔 자신의 존재감을 더 크게 보이고 싶어 한다.

순수한 ‘우리’는 희미해지고,
행복에 취한 또 다른 ‘우리’만 남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욕망도 함께 자라났다.

어릴 땐 미처 알지 못했던 갈증들.
인정, 소속, 성취 같은 욕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단비가 본능적으로 자기 존재를 남기듯,
우리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그래서 단비의 작은 마킹조차
왠지 우리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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