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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그 속에 너와 나.

물웅덩이를 마지막으로 첨벙거린 게 언제였을까.

by Dancing Pen

부슬부슬 여름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그와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물웅덩이로 뛰어들던 내가 생각난다.

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랑비라도 올 것 같으면 비피할 곳을 찾던 내가

"같이 맞을까요?'라는 그의 말에

주저함 없이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첫 만남도, 두 번째 만남도 여럿과 함께였다.

그에게 시선은 갔지만 그는 나에게 지인의 지인 이상의 호감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서먹한 사람들이 많은 그 자리가 피곤해질 무렵,

나는 이젠 집에 가봐야겠다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인사를 남기며 자리를 일어섰다.

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지하의 호프집을 빠져나왔다.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올라서는데 축축한 공기의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우산이 없는데... 근처에 편의점이 있었나...'

작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가 말한다.

'비 맞는 거 좋아해요?'

'네? 아... 비는 안 맞아봤는데요...'

'나도 비는 안 맞아봤어요. 우리 같이 비 맞아볼래요?'

'...'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훗날, 내가 빠져나오지 못한 덫이 되어버린 그 웃음.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성큼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다, 나 역시 빗속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젖는 거 우리 물웅덩이 밟으면서 가요!'


큰 물웅덩이를 힘차게 밟을수록 물이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이미 젖었기에 조심할 필요는 더 이상 없었다.

어렸을 때도 안 해본 놀이를 나는 20살이 넘어서 그와 하고 있었다.

비를 피할 때는 작은 물이 튀어도 신경이 쓰였는데

아예 다 젖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 속에서 생생한 것은

비를 맞고 있는 그와 나.

물웅덩이로 뛰어들며 소리 내어 웃던 그와 나.

그리고 헤어질 때 그가 했던 말, 우리 또 봐요.


나는 나의 싱그러운 20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그날의 내가 떠오른다.

무모했고

겁이 없었으며

과감하기도 했고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렀지만 솔직했던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은 그와 함께여서 그랬던 것일까.

그가 아닌 다른 누구와 함께였어도

나의 20대는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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