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 해프닝

오프닝

by 일무

여성의 일을 주제로 하는 강연에 다녀온 밤이었다. ‘빌라 선샤인’이라는 여성 커뮤니티를 만든 그녀들의 개인 커리어에 관한 소탈한 시간. 우선은 힘껏 박수 쳐주고 싶다. 직접 경험한 일과의 작별 그리고 새로운 일과의 만남을 대하는 당당함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함께 갈 여성들에게 공유하려는 그 애틋한 마음에.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으론 물음표가 떠다녔다.

‘나는...?’


2017년 4월 5일. 삶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14년 넘게 일한 회사에 안녕을 고했더랬다. 이후의 시간이 내 ‘인생 2막’이라고 확신하면서. 미련도 없이 들뜨는 마음으로 퇴사했다. 그리고 2년이 흘러가고 있다. 그 사이 종종 만난 지인들은 이것저것 도전한 나를 격려해 주었지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남은 게 없는 것 같아 허전하다. 내 삶과 내 일에 대한 끝없는 고민, 어떻게 걸어 나가야 할지 답 없는 한숨을 이제, 멈추어야겠다.


그동안 있었던 일, 생각한 것, 꺼내어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 등을 세 가지 테마로 하나씩 글을 남겨보기로 한다. 필명인 ‘땐스어데이롸이터(dance-a day-writer)’는 2019년 나의 개인 프로젝트명과도 동일한, 엉터리 영어지만 내가 만들었다.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오늘 하루, 춤추듯 신나게 쓰는 사람’이라는 뜻을, 어쩌면 그러고 싶은 의지를, 담았다.


퇴사. 그 후 2년이란 시간이 무대 위 뜨거운 2막 중인지, 1막과 2막 사이를 쉬어가는 암전인지 지금은 모르겠다. 더 세월이 지난 뒤 미래의 나만이, 지금 어디쯤 가고 있었는지 알겠지.

2년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엔 벅차다. 마음속에 먼저 떠오르는 순서, 의식의 흐름대로 2년 중 한 대목을 펼쳐 보이는 글이 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요즘의 나날이 불쑥 올라갈 수도 있다. 인생이란 무대가 ‘해프닝’ 그 자체니까.



+ 테마 셋.

캐릭터 : 새롭게 만난 무대 위 나의 또 다른 모습들

BGM : 기억하고 싶은 그 배경음악, 영화 등 나를 채워 준 모든 예술

대사&지문 : 심장 아프고 뼈 때리는 말과 어느 씬(scene)의 기억




나는 내 책상 위 벽에다 힐렐(가장 존경받는 유대인 랍비이자 상인)의 말을 써서 붙여 놓았다.

“나는 잠을 깬다. 나는 걷는다. 나는 잠이 든다. 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춤춘다.”

내게 있어서 그 춤은 바로 글쓰기이다.

-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