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글을 쓰기 시작하며 완성하기까지의 시간. 온전히 나에게 또 행간에 집중하느라 그 순간에 ‘몰입했었다’는 과거 완료의 시제만 남을 뿐. 전 과정에서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자각하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로 무서운 시간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꽤나 개운한 뒷맛을 느낀 적도 있고, 몰입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다가 끝나며 긴장이 풀리듯 노곤노곤해질 때도 있다. 물론, 그와 다르게 찜찜한 날이라면 몰입에 실패했음을 증명하는 것일 터.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이 지난한 시간을 버티고 누르며 꾸역꾸역 쓰고 있나 보다. 돈도, 빵도 나오지 않고, 매번 만족스러운 소회를 풀어낼 수 없음에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황홀한 몰입의 시간을 계속 갈망하며 안간힘 쓰나 보다.
아직은 도통 모르겠다. 내가 그 로망을 뜬구름 잡듯 헛된 꿈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실은 진짜 아닌 걸 알면서도 질척대고 집착하는 최악은 아닌지 긴가민가하다. 의심이 들어오고 자신감이 도망가도, 나는 바보처럼 그냥 쓰고 있을 뿐이다. 매일의 오늘, 이 자리에서 이 시간을 쓴다.
2020 나의 프로젝트 ‘simply & steady’를 위해 매일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금 이 순간, 나의 동사는?”
오늘도,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