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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Mar 11. 2020

75 - 그와 그녀, 그리고 나


저녁 밥상에  앉았을 , 그의 오랜 동료이자 형 동생 하던 지인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 괜찮아?”

두세 번  괜찮다는 대답을 으며, 그는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늦은  문상도 다녀왔다.


밤사이 그가 소화제를  번이나 먹었다고 들었다. 다음날 그의 컨디션을 재확인한 , 당일 숙소를 예약하고 강원도에 왔다. 길을 잘못 들어 돌고 돌아오느라 시간이  걸려버렸지만, 우리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하다 숨넘어가게 웃기도 했다.

 

오션뷰 호텔방에서  카페에서, 그와 그녀에게 온갖 포즈를 주문해 사진도 많이 찍었다.  자꾸 시키냐 하면서도 그들은  시키는 대로 다한다. 바닷가에선 거센 파도와 바람 속에 새로 장만한 롱패딩 셋이 셀카를 남겨야 한다며 모자 뒤집어쓰고 어린애 셋처럼 깔깔거렸다. 그와 그녀의 뒷모습, 옆모습, 정면, 마주 보는 모습을  눈에 모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음날 아침, 커다란 호수 둘레길을 그와 단둘이 걸었다. 보폭을 맞추며 친구처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를 모두 떠나보내고 이제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한 그의 덤덤함 이면에, 그도 나도  시간의 끝을 언젠간 함께해야 한다는, 뜨거워져 애써 식혀야   같은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안에서 문득 다시 떠오른 목소리. 애써 울음을 참으려 하나 도저히 참아지지 않는 흐느낌이 전화 밖으로 쏟아져 나오던. 간신히 아빠의 죽음을 삼켜냈을,  또래  딸의 감정에 자꾸 들어가 보게 된다.

  있는 것이 없다. 그와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넘겨보며 ‘사랑해라고 말할 .  






( +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흔한 말처럼, 어쩌면 이번 100일 글쓰기는 망했다. 글을 쓰지 않은 지난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 사이 한편으론 글을 간절히 쓰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 마냥 방치하고 싶은 나도 만났다. 결국 나를 다시 이곳으로 부른 힘이 무엇일까. 여전히 모를 일이다.


그저, 쓴다.


글이 올라오지 않는 사이 안부를 물어 준 친애하는 찡찡문 님 외, 소중한 구독자님께 감사를 드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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