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밥상에 막 앉았을 때 , 그의 오랜 동료이자 형 동생 하던 지인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 “... 괜찮아?” 두세 번 더 괜찮다는 대답을 뱉 으며 , 그는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늦은 밤 문상도 다녀왔다 . 밤사이 그가 소화제를 두 번이나 먹었다고 들었다. 다음날 그의 컨디션을 재확인한 뒤 , 당일 숙소를 예약하고 강원도에 왔다 . 길을 잘못 들어 돌고 돌아오느라 시간이 더 걸려버렸지만 , 우리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하다 숨넘어가게 웃기도 했다 . 오션뷰 호텔방에서 또 카페에서 , 그와 그녀에게 온갖 포즈를 주문해 사진도 많이 찍었다 . 뭘 자꾸 시키냐 하면서도 그들은 또 시키는 대로 다한다 . 바닷가에선 거센 파도와 바람 속에 새로 장만한 롱패딩 셋이 셀카를 남겨야 한다며 모자 뒤집어쓰고 어린애 셋처럼 깔깔거렸다 . 그와 그녀의 뒷모습 , 옆모습 , 정면 , 마주 보는 모습을 내 눈에 모두 꾹꾹 눌러 담았다 . 다음날 아침 , 커다란 호수 둘레길을 그와 단둘이 걸었다 . 보폭을 맞추며 친구처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 부모를 모두 떠나보내고 이제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한 그의 덤덤함 이면에 , 그도 나도 이 시간의 끝을 언젠간 함께해야 한다는 , 뜨거워져 애써 식혀야 할 것 같은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문득 다시 떠오른 목소리 . 애써 울음을 참으려 하나 도저히 참아지지 않는 흐느낌이 전화 밖으로 쏟아져 나오던 . 간신히 아빠의 죽음을 삼켜냈을 , 내 또래 그 딸의 감정에 자꾸 들어가 보게 된다 .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 그와 그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넘겨보며 ‘ 사랑해 ’ 라고 말할 뿐 . ( +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흔한 말처럼, 어쩌면 이번 100일 글쓰기는 망했다. 글을 쓰지 않은 지난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 사이 한편으론 글을 간절히 쓰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 마냥 방치하고 싶은 나도 만났다. 결국 나를 다시 이곳으로 부른 힘이 무엇일까. 여전히 모를 일이다. 그저, 쓴다. 글이 올라오지 않는 사이 안부를 물어 준 친애하는 찡찡문 님 외, 소중한 구독자님께 감사를 드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