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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Mar 12. 2020

76 - 일상의 사치


아침 9시 즈음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한 폭에 들어오는 다시 파란 하늘, 다시 또 하루의 시작. 간밤에 두어 시간 뒤척이던 과거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일상이... 오고야 말았다.


사과를 깎고 커피를 내리고  한쪽 준비해서,  아침을 온전히 누려본다. 어제 죽은 자가 간절히 원했을(지 모르는) 그, 내일.


잠에서 일어나고, 씻고, 끼니를 때우고, 무엇으로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 불을 끄고 컴컴한 밤으로 들어가 눕는 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생각하는 것, 어쩌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 때문에 강요받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아 소중하다 이 하루가...’ 에 적당히만 감상에 빠지려 한다.


적당히 감사하고, 고만고만 의미 부여하고, 반복되는 순간의 모든 것을 너무 옥죄려 하지 않겠다. 그로 인해 쓸 데 없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을 거다. 잘 흘러가도록 두면 될 일이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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