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즈음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한 폭에 들어오는 다시 파란 하늘, 다시 또 하루의 시작. 간밤에 두어 시간 뒤척이던 과거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일상이... 오고야 말았다.
사과를 깎고 커피를 내리고 빵 한쪽 준비해서, 이 아침을 온전히 누려본다. 어제 죽은 자가 간절히 원했을(지 모르는) 그, 내일.
잠에서 일어나고, 씻고, 끼니를 때우고, 무엇으로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 불을 끄고 컴컴한 밤으로 들어가 눕는 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생각하는 것, 어쩌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 때문에 강요받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아 소중하다 이 하루가...’ 에 적당히만 감상에 빠지려 한다.
적당히 감사하고, 고만고만 의미 부여하고, 반복되는 순간의 모든 것을 너무 옥죄려 하지 않겠다. 그로 인해 쓸 데 없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을 거다. 잘 흘러가도록 두면 될 일이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