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무 Mar 14. 2020

77 - 엄마 옆에 누워서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드라마나 다큐 또는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도 ‘엄마’ 편에 감정이입을 한다. 30대 나이에 공개 입양을 하게 된 어느 블로거의 글을 읽다가 새로운 삶을 사는 엄마로서의 그녀를 지켜보게 된다. 코로나 거점병원을 다룬 다큐에서 장례식장을 숙소로 사용하는 간호사들. 한 이불을 덮고 있는 모녀 간호사의 인터뷰에서 20대 딸보다 50대 엄마의 마음에 더 들어가게 된다.

  

엄마 옆에 나란히 누워 자는 순간이, 아마도 기혼 여성에게는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딸인 나는 엄마의 돌침대에서 함께 자는 시간이 아직까지 이어진다. 코로나로 피신(?) 간다고 지난 일주일을 본가에서 보냈을 때다. 깊은 ,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의 탄생을 그려본다. 이제는 엄마만  키에 주름과 흰머리도 생기고 있지만, 나의 시작은 바로  엄마의 뱃속 자궁이었다.  


출산 경험이 없는 나는, 모든 게 신비롭고 낭만적인 환상에 갇혀있다. 그러니까 실체를 모르기에 그저 넘겨짚고 아름답게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론 아쉽고 진짜를 체험한 적 없으니 어디 나설 곳도 없다. 내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을 통해 상상해 볼 뿐이다.

    

영화 <에이 아이(A.I.)>에는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나온다.  오래된 영화지만 나는 작년에 처음 보고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거의 오열을 했더랬다. 데이빗이 가상의 세계  엄마와  하루를 보낸 , 엄마 곁에 누워 잠드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하루가  일상이 영원하지 않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아니, 영원하지 않기에  순간을 서로를 사랑할  있다.


엄마가 되어본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내가, 역설적이게도 내 엄마를 또 세상의 많은 어머니를 더 공감하고 존경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누워 있는 엄마의 잠든 얼굴을 들여다본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평안이, 태곳적 경이로움이 거기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76 - 일상의 사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