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로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100편의 글로 소박하게 갈무리한다. ‘매일’ 꾸준히 쓴 것은 49일로 절반도 못 미쳐 부끄럽지만, 숫자를 꼬박꼬박 붙여가며 무엇이든 그날의 글을 쓰며 느낀 모든 게 소중하다.
어떤 날은 글감이 흘러넘쳐 주워 담느라 바빴다. 입에 맴도는 문장을 메모하려고 한밤중에 침대에서 몇 번이나 일어난 적도 있다. 뒷산을 산책하다 불쑥 떠오른 낱말을 까먹을까 봐 자꾸 휴대폰을 꺼냈다. ‘작가의 서랍’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고 고맙다. 차곡차곡 넣어 두고, 언제든 꺼내 고르고 다듬을 여유를 주었다.
그러나 또 어떤 날은 지난 글의 자가 복제를 하는 것만 같아서 괴로웠다. 소재의 고갈, 반복되는 내 생각 내 얘기, 매번 비슷한 문체와 주제. 실망의 폭탄을 끌어안고 자폭하듯 글 발행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바로 여러분...
윤복희 선생님이 노래 ‘여러분’ 말미에 속삭이듯,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소용돌이에서도 독자분들이 있어 계속 쓸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소소하게 구독자가 늘고 라이킷이 많아질수록 실은 무섭기도 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알림 설정을 껐다. 그냥 글 올리고 바로 빠져나온 뒤 덮어두다가, 새 글을 쓰러 다시 들어가서 하트와 댓글에 큰 용기를 얻었다. 읽어주시는 여러분에 대한 감사는 어떤 말로도 설명이 힘들다. 그럼에도 정중히 인사를 드려야겠다.
“별것 아닌 혼자의 여정에 함께해주신 독자님 한 분 한 분에게,
진심 가득 안부와 감사를 전해드립니다.”(배꼽인사)
브런치북 <오늘의모노드라마> 이후가볍게자주쓰기를원해서시작한 100일글쓰기. 비록 5개월이나 걸려버렸지만, 그래도한결가뿐해진경험. 부담 없는한단어로, 한줄문장으로출발하는경쾌함을 분명 느꼈다. 그만큼 편하게 들쑥날쑥 썼으니, 앞뒤로 더 다듬는 시간도 필요하다.100개-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좌악 펼쳐 놓고 서로 이어지는 것끼리 묶어두어야 의미가 있으려나. 그러니 앞으로 할 일이 또 태산이다. 그리고 그사이 구상해 둔 브런치북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또, 쓸 것이다 글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 그동안 사용한 ‘땐스어데이롸이터’라는 고마운 작가명을 새로운 이름 ‘일무’로 바꾼다. 곰이 쑥과 마늘 먹고 100일 지나 웅녀가 된 것, 코로나 100일 이후 새로운 시대, 뭐 그런 것과는 무관하다. 다만 reborn,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다.
일무
한자를 달리하면 여러 뜻이 가능하다.
하나도 없음.
나날이 무성함.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는종묘제례악을 보며 온몸에 전율을 느꼈던 우리 전통 춤인 ‘일무’ 그 자체가 있다.
끝으로 ‘하루의 춤’이다. 내가 추는 글이, 오늘 쓰는 나만의 춤이 되기를.
나는 앞으로도 오늘의 글을 추면서, 나를 드러내 보기로 결심한다. 조금 더 표현해 보기로, 용기 내 보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글 쓰는 ‘일무’ 입니다.”
The dance can reveal everything mysterious that is hidden in music,
and it has the additional merit of being human and palp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