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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무 May 08. 2020

99 - 어버이날의 묵상

사랑하고 아끼는 두 여인에게


엄마가 가엾다.

침대에서 일어나 뒤돌아 앉은 채로, 아기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다.

그녀의 등을 쓸어내려 주며 나도 조금은, 같이 눈물이 났지만. 참아야 했다.


엄마는 내가 여전히 사납고 차갑다며 서러워한다.

그래서 나도 받아쳤다.

난, 혼자 살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계속 혼자일 거라 그래. 난 나만 생각해.

엄마는 왜 그런 말 하냐며, 시집가야지 왜 못가 하면서 또 울컥 쏟아낸다.

널 두고 어떻게 눈 감냐고, 어서 남자 하나 데려오라며... 



엄마가 제발, 옛날 구석기시대 같은 ‘전원일기’ 드라마를 그만 보면 좋겠다.

3대 4대가 같이 살며, 시어머니 며느리 어쩌고저쩌고 하는 그 꼴들을 진짜 집어치웠으면.

올케의 생일인 5월 8일.

해도 해도 늘 부족하다 하고, 시댁이 어려운 줄 알아야... 예전 같았으면 큰일 날 일 blah-blah-blah...

제발 그만!!


엄마는 가부장제의 희생양이었음에도, 다 늙은 당신처럼 아직도 그 껍데기를 부여잡고 있다.

뭘 해도 그 시어머니께 부족하다 느끼는 올케는 그저 죄송하다 한다.

하지만 어디 마음 둘 곳 없는 그녀 또한, 내 엄마가  그토록 애처로워하는 나처럼 누군가의 귀한 딸이다.



나는 오늘, 마흔에 접어든 한 여성과 칠순을 바라보는 또 다른 여성에게 각각 메시지를 보냈다.

부디 당신의 이름 세 글자, 그 존재로만 살아달라고.


그리고 기도한다. 이랬다 저랬다 얽히고설키어 버린 이 관계가,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각자의 삶이기를.

그들 사이에 평화만이 오고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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