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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랑 Mar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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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녀가 아주 어릴 적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가 열아홉 살 되는 해 여름

 오스트리아에서 만났다.

 밤공기는 검은 벨벳같이 부드러웠으며

 그녀는 딸기 서너알이 든 주스잔을 손에 들고

 입에는 빨대를 곧 흘러내릴 듯 떨어뜨릴 듯

 앞니로 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옆모습만 보고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바로 그 여름밤

 스크린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울려퍼지던

 트럼본이 금빛 성대로 울고

 바이올린이 영상 속에서 흐르던

 커다란 시청사 건물이 조용히

 장막 뒤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거나 팔거나

 요리하거나 이야기하느라

 또는 그날 밤 어디에나 있었던 마법에 걸려서

 망막으로도 음악을 듣는 마법에 걸려 있어

 정신이 팔려 있던 그 때라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그보다도 더 오래 전부터 그녀를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그 몇 주 전 당했던

 이상하고도 무서웠던 일이

 느닷없이 날아가는 귀찮은 꿀벌처럼 생각나

 은연 중에 나를 조금은 불편해했을지도 하고

 짐작하고는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마법이 서서히 꺼지고

 내가 유유히 자리에서 일어나

 가로등 뒤에 숨겨두었던 자전거를 타고

 주황색 불빛으로 점철된 그 길을

 그래서 흡사 아까의 마법이 끝나지 않았으며

 그 작은 도보로 급히 지나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던 그 길을

 나와 내 자전거가 끼익 하는 자전거의

 한 번의 한숨 이외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며

 홀로 지나가는 뒷모습을

 아마도 그녀는 숨죽이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세례명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의 세례명은 그녀 어머니의 생일에서 비롯된 성녀 마틸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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