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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랑 Mar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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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틸다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물론 누구보다도 내가 마틸다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틸다가 언젠가

 자신에 대한 글을 써 보려고 끙끙대다가

 팽개친 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이

 마틸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 한창 볼이 발그레한

 홍옥 같은 처녀 시절이어서

 마틸다는 마치 아기 사슴마냥 튼튼하고 부드럽다.

 얼마 전까지는 카페에서 일을 했었는데

 하루 종일 커피를 나르며 서 있었어도

 집에 와서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늘 내놓고 다니는 두 다리는 사슴 뿔만치 갈색으로 물들었다.

 이제는 찬바람만 불면 모두들 “눈이 오려나 보군.” 하며

 괜히 앞섶을 여미는 12월인데도 마틸다는

 얇은 스타킹을 신은 채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그 빛이 얽힌 그녀의 작은 콧볼이 사라질 듯 말 듯

 엄지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힘있게 쥐어 탁 탁 탁 소리를 내며 장난질을 하고

 영 심심해지면 민트향 담배를 피우다가도

 내키는 대로 끊고는 했다.

 한 번은 마틸다가 어느 묘령의 남자에게서

 거의 거저 주는 값으로

 두꺼운 밴드로 된 시계를 산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마틸다는 그 헐렁한 남성용 시계를 차고 외출할 때마다

 아주 낯선 무언가가 주변을 감도는 것을 느끼고는

 나에게 짐짓 얼굴을 찡그리며

  “여기 그 사람의 향수 냄새가 배어 버렸어” 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나는 마틸다가 내가 모르는 어느 때에

 몰래 그 시계를 차고는

 짙게 배인 그 낯선 향수 냄새에

 동요하는 것을 안다.


 나는 이태까지 이런 식으로 마틸다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마틸다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세계는 비인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딴 세계의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에게 말한다.

 우리는 거리의 얼음과 암막커튼과

 하얗게 얼어붙은 호수와 함께 그런 채로

 해를 넘겼고

 1월이 셀로판테이프처럼 거실에 푸른 빛을 던지자

 마틸다는 모아두었던 수면제를 모두 삼켰다.

 내가 마틸다를 죽게 내버려 둘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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