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이제 모두들 마틸다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귀여운 처녀인 줄 알 것이다.
마틸다가 제 몸에 알 수 없는 멍이 들어 있거나
어두운 길을 걷다가 모르는 사내가 따라붙거나
그날따라 무슨 일인지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곤 하면
당혹스러워 하다가도 이내 이것이 바로 자신에게 내리는 벌과 같은 것이마고
짐짓 우울해져 버리는 모양이 되면
“하하. 마틸다는 걱정도 많구나.”
하며 어린 아이 달래듯 귀여워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도 마틸다는 처녀라기보다는 어린 아가씨처럼 보인다.
짧고 검은 단발머리에 오른쪽이 더 패인 양 볼의 보조개와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릿 볼 같은 동그란 두 눈이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볼라치면
그저 앵두 같은 나의 소녀일 뿐이다.
그러나 비단 마틸다의 어린 외모 뿐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지금 그녀 자신이 다시 유년기를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틸다는 나에게 말을 다시 배운다.
슬프다. 신난다. 졸리다. 그립다. 배고프다. 허전하다. 기쁘다. 사랑스럽다.
그러면 언젠가 마틸다는 자기 안의 기도를 토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안의 고해성사를 꺼내놓을 것이다.
자기 안의 우울을 꺼내놓을 것이다.
마틸다가 믿는 신에게든지 아니면 나에게든지
나의 긴 손가락 마디를 모두 잡고 말할 것이다.
그 분홍색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속삭일 것이다.
마틸다는 유년기를 다시 겪고 있다.
그때처럼 마틸다는 점점 살이 빠진다.
그때처럼 마틸다는 어리광을 피운다.
그때처럼 마틸다는 자살시도를 한다.
그때처럼 마틸다는 책을 읽는다.
그때처럼 마틸다는 음악에 아무렇게나 춤을 춘다.
그때처럼 마틸다는 멀리서만 바라본다.
마틸다는 문득 그녀가 작고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쯤 나이 많은 또래들이나 어른처럼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