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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랑 Mar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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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이 이야기의 결말을 어떻게 내야 할까.

 마틸다.

 너는 길고 긴 회귀를 지나 나에게로 왔다.

 그러나 이제 어쩌면 시간이 되었으리라.

 마틸다.

 이제 어서 선악과를 먹으렴.

 슬프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른이 되어라.

 어린 소녀에게 주어진 가장 잔인한 과정이

 그 과육에 있다.

 이제 너의 피부에 새겨진 반점들은

 순진한 기린의 그것이 아니라

 되바라진 표범의 것이다.

 너의 하얗고 작은 이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절망이 느껴지더라도

 너는 아마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 과일을 꼭꼭 씹어 삼킬 것이다.

 마지막 한 입까지 모두 베어물었을 때

 그때는 죽은 장미꽃처럼 내게 안겨도 괜찮다.

 나는 원래 떨어지는 것들을 더 좋아한다.

 벚나무의 아름다움은 가련한 봄바람에도

 주체하지 못하고 눈꽃처럼 흩날리는 데 있다.

 새빨갛게 익은 낙엽의 아름다움은

 사실 사월 어느 한때 연초록색 이파리들의

 소리없는 죽음이라는 데 있다.

 이르게 찾아온 따뜻한 공기에도 얇은 꽃잎을 드러내는 철쭉이었다고 해서

 아무도 너를 나무란 적 없다.

 그러니 무너질 듯이 엉엉 울며 먹더라도

 혹여나 목에 걸릴세라 음미하며 삼켜야 한다.

 나는 너의 피에 흐르는 쇳물이 되겠다.

 네 안에서 제멋대로 가지를 친 푸른 나무같은 혈관이 되어

 너의 살갗에 달라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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