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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May 18. 2020

7. 우리 아이 교실에선 어떤 일이?

미국 초등학교 학급 내 마련된 센서리 교구 둘러보기

코로나 때문에 아이가 등교를 못한지도 벌써 2달째을 채워가고 있네요. 올해 초에는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채로 초등학교에서의 첫번째 해를 마무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름 방학을 보내고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요? (제발~)


교실을 향한 그리운 마음을 달래며 이번 글에서는 우리 아이가 다녔던 학급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구/활동 중 무엇이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E군이 에너지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한 자리에 앉아, 주어진 임무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집중하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누!구!나! 힘들게 느낄 수 있는 일이예요.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진득하게 앉아 무언가를 집중해서 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힘들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습시켜주는 것이 선생님과 학교, 인생의 선배인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니까요! 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미국 초등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봅시다. 고고고~



몸을 뒤척거리고 싶다면? 흔들 의자/쿠션을 써보자!

신체 부위를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을 Wiggle이라는 영어표현을 쓰는데요. 아이가 한 자세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뒤척뒤척 산만해지기 일 쑤 라면 (가벼운 강도로) 몸을 움직여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게 좋을 수 있어요. 어른들도 배고플 때 아무것도 먹지 말고 버티라는 것보다 초코렛이나 사탕이라도 하나 빨아먹는게 훨씬 낫잖아요. 흠흠흠. 적어도 저는 그래요- :D


교실에 가면 바닥에 앉아서 쓸 수 있는 의자가 10개 정도 구비되어 있는데, 그 중 5개는 등받이 역할만 해주는 일반 좌식 의자이고요. 나머지 5개는 하단의 하늘색 의자 사진처럼 등받이 뿐만 아니라, 특별히 아래쪽에 중심축이 달려있어서 몸을 앞뒤로 기우뚱기우뚱 움직이며 앉아 있을 수 특별한 의자예요. 그리고 하단 가장 우측의 하얀색 의자 사진처럼 우리가 "흔들의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흔들의자도 2개가 마련되어 있어요. 제가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교실을 몇번 방문했을 때마다 느꼈는데 학생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대로 의자를 사용할 수 있었어요. 

 

교실에 마련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의자들


사진으로 직접 찍지는 못했는데 의자 혹은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는 방석들도 마련되어 있답니다. 솜이 들어간 폭신폭신한 일반 방석 서너개, 조금 특별한 방석도 서너개 있는데요. 후자의 방석을 미국에서는 Wiggle Cushion 이라고 불러요. 아까 몸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걸 Wiggle이라고 표현한다고 했죠? 


일반 방석이랑 느낌이 다르게, 방석 안에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가 있어서 몸을 기우뚱 기우뚱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착석했을 때 느낌은 요가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방석의 상단에는 오돌토돌 부드러운 돌기가 달려있어서 아이들에게 촉각/통각 자극을 제공해주는 지압형 디자인이예요.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지압쿠션", "밸런스/감각 패드 쿠션"이라고 하면 비슷한 제품이 나오는 것 같네요. 하단 사진은 제가 구글에서 검색한 화면이예요.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와 제품들이 엄청 많이 나올 정도로 미국 초등학교/영유아 교육시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잇템이예요.


 Wiggle Cushion 구글 이미지 검색: 아이들이 앉았을 때 어떤 느낌일지 조금 예상이 되시나요?



마음이 차분해져야 할 때는 Quiet Corner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우리 아이들! 아침에 도착해서 공부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 학교 시간까지 최소 5시간 정도를 가족이 아닌 타인들과 어우러져 공동체 생활을 해야하지요. 기분이 좋을 때도 있겠지만, 피곤할 수도, 긴장이 될 수도, 우울할 수도, 혹은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날 때도 있는 것이 당연한 현실입니다. 그럴 때 선생님한테 혼나고 벌받고 훈계말씀 줄줄줄줄 듣는다면 마음 속 나쁜 감정이 사라질까요?


오히려 자신이 느끼는 감정 혹은 몸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면 아이에게 훨씬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 교실에서는 Quiet Corner (차분한 공간)라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였어요. 이 곳은 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갈 때도 있고 아이들이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갈 때도 있어요. 본격적으로 Quiet Corner가 어떤 곳인지 알아볼까요? 하단 사진을 보면 이 공간을 사용할 때의 규칙이 적혀있네요. 


1. 한 사람씩만 사용해주세요.

2. 타이머(모래시계)를 1분 맞춰주세요. 만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다시 타이머를 맞춰주세요. 이 공간은 최대 5분까지 이용할 수 있어요.

3. 몸에 휴식을 주고 마음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활동을 하나 골라보세요.

4. 시간이 종료되면 정리를 하고 다시 본래 그룹으로 돌아가세요. 



이제 Quiet Corner에서 몸을 휴식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활동을 알아볼텐데요. 역시나! 다양한 감각 자극, 아이들에게 감각 먹거리를 제공하는 아이템들이 많아서 참 흥미로웠어요. 


* 시각: 

일단 1분짜리 모래시계 타이머와 분홍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이 보이네요. 어렸을 때, 친척들 집에서 다양한 색깔의 오일이 움직이는 장식품들을 많이 보았었는데요. 그 때는 그냥 평범한 장식품이려니 생각했어요. 근데 말이죠, 이게 오일/혹은 장식물들이 물 안에서 천천히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넋놓고 보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_*) 하네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저도 오일방울들이 똑.똑.똑.똑.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한참동안 구경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번 글을 쓰면서 한국 사이트에서 검색도 해보았는데 보통 오일시계, 액체시계라는 단어로 찾으면 되네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심신 안정/센서리 다이어트의 용도보다는 장식품으로서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아요. 구글에서는 Sensory Relaxation Toy(감각 안정 장난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이런 오일 타이머들이 줄줄이 검색되네요.


액체 속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려요.


* 촉각: 

초조함, 불안함, 혹은 지루함 등으로 인해서 몸, 특히 손이나 발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영어로 Fidget이라고 해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인데요. 이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일반적으로 손 장난을 위한 심심풀이용(?) 장난감을 Fidget Toy라고 합니다. 


Quiet Corner에서 Fidget Toy의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장난감이 눈에 띄였어요. 하나는 Fidget Spinner라고 손가락으로 잡고, 혹은 손가락 위에 놓고 빙글빙글 돌리는 장난감이고요. (하단 좌측 사진: 투명한 상자 안에 연두색 스피너가 보여요) 다른 하나는 손으로 주물주물 만지는 Putty 였어요. 이건 찰흙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뚜껑에 보이듯이 소재의 저항력이 부드러운 것(xx-soft)부터 단단한 것(x-firm)까지 다양해요. 특정형태를 만들어낼 수도, 길게 늘이거나 구부릴 수 있고 꽉 쥐어짜낼 수도 있어요.  


Fidget Toy 외에도 촉각 자극에서 빠지면 섭한 Stuffed Animal 인형들도 있었어요. 보들보들한 털 인형을 꼬옥~ 안아주면 우리 아이들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안정될 수 있겠지요? 


꼼지락꼼지락 손을 움직이며 마음을 차분하게 해요.



소음 차단 귀마개

* 청각:

사람이 감각 통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신체의 기능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을 때, 즉 감각이 너무 무디거나 혹은 예민했을 때를 말하지요. 예전에 영재발굴단에서 바이올린 영재가 나온 것을 보았는데요. 예민한 청각은 아이를 절대음감의 영재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아이의 엄마가 아이가 어렸을 때 소리에 너어어어어무 예민해서(Hyper-sensitive) 힘들었다는 인터뷰를 했었어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청력을 가지고 있을테고 그 중에서 소리에 예민한 아이들도 있을 꺼예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학교라는 공동체 생활의 소음에 노출되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 일이 불가피 하겠지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Quiet Corner로 가면 소음으로부터 잠시 자신을 차단할 수 있는 어린이용 귀마개(Earmuff)가 마련되어 있답니다. 



* 나의 감정 파악하기

이제는 제법 의사소통이 되는 것 같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 기분, 신체 컨디션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상대방에게 전달 및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답니다. 학교에서는 사진, 그림, 표를 통해서 선생님 혹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더라고요. 


하단 좌측에 있는 사진은 실제 교실벽에 붙어있는 표인데, 다양한 감정의 이름들, 그리고 얼굴 표정에서 보이는 특징들을 나열해놓았네요. 사진을 자세히 보니까 색상과 감정의 특징(긍정적, 부정적, 중립)이 연결된 건 아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아이가 프리스쿨 다닐 때 썼던 시스템이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매일 아침 학교에 도착해서 출석Check-in할 때마다, 자기의 사진에다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를 끼워넣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오늘 기분이 좋다!면 초록색 막대기를 끼워주고, 오기 전에 엄마한테 잔소리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면 빨간색 막대기를 끼워넣는 시스템이었는데 재밌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이 커리큘럼을 The Zones of Regulation이라고 해요. 한국어로는 자기 조절 구역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내 몸과 마음을 휘두르는 정체불명의 네 녀석은 대체 무엇이냐~


마음챙김 수업 Mindfulness

학교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마음챙김 수업이 있었는데요. 이것도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잘 해내기 위해 큰 도움을 주는 부분이었어요. 꽤 실용적인 기술들을 배우고 연습하거든요. 선생님이 보내주신 가정통신문을 보면, 이 수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호흡을 배웠대요. 나름 예체능 전공 경험이 있는 제가 느끼는데, 호흡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것이 몸과 정신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쉽게 흘려버릴 수 있는 부분인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호흡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올바른 호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 외에도 어떻게 착한 친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었고, 그리고 Mindful Kids에 나온 활동들을 하기도 했었어요. Mindful Kids라는 책에 어떤 컨텐츠가 있는지 검색해보니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명상을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참 귀엽고 재밌게 만들어놨더라고요. 예를 들면 바닥에 누워 걱정근심을 잊어버리고 바다 속을 신나게 누비는 해파리 되어보기 (Joyful Jellyfish), 팔과 다리를 뻗어 바다에서 솟아난 산이 되어보기 (Mountain Rising), 마음에서 피어난 꽃이 되어 따뜻한 햇살을 받고 포근한 바람을 느껴보는 시간(Folding Flower) 등등 아이들이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 아름답게 다스리는 시간들을 가질수 있다니, 이런 수업을 해주는 초등학교는 조금 멋진 것 같아요. 부럽부럽-


https://www.playtherapysupply.com/games/mindful-kids-mindfulness-activities




* Plus: 코로나 시대의 Mindfulness 온라인 수업

이 글을 발행한 뒤 몇일 뒤 마침 학교 수업에서 온라인 요가 수업이 있었어요. 다른 반 학부모 중에 요가 선생님이 계셔서 각 반을 돌아다니며(?) 자원봉사를 하시는 중이더라고요. 


항상 교실에서 했을 수업을 집에서 컴퓨터를 바라보며 하는 걸 사진 찍으니 이제 정말 교육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호흡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며 마음을 챙김을 하는 모습이예요. 








첫째 아이가 유치원(Preschool)과 공립 초등학교(Kindergarten)를 다니면서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미국의 교육 환경은 선생님을 포함한 교육 관계자들의 아동발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 교실에 마련된 센서리 교구 및 커리큘럼들도 그 부분을 반영하는 것일테고요. 글로 정리하면서 학교에서 받았던 많은 혜택들을 다시금 돌아보니...혹시라도 코로나 사태가 아주 길어져서 ㅜㅜ 꽤 오랫동안 교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이로 인한 여러가지 공백들을 어떻게 메꿔야할지 고민해봐야할 것 같아요. 


코로나~ 얼른 사라져라~ 


감각 통합/센서리 다이어트에 대한 글은 개인적으로는 울 아들에 대해 알아가는 글이지만 남아 여아 구분보다는 에너지가 많은 아이를 위한 육아팁이 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 태그에 "아들"는 검색 편의상 추가한 거예요. 참조해주세요 :) 


NOTE: 본글은 전문임상센터와 치료자의 관점이 아니라 미국에서 감각통합치료를 받았던 아이의 부모로서 공부하고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이기에 주관적인 견해를 포함하고 있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다소 다르게 번역된 부분도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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