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나의 결핍은?
5월 바라다 글쓰기 부트캠프_미션 4
나는 구기 종목에 젬병이었다. 꼭 공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던지면 그걸 받아내는 걸 못했다. 나를 향해 물체가 제법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느낌이 무섭기도 하고, 그걸 잘못 받게 될 경우가 걱정되기도 했다. 땅콩을 입으로 받아내다가 목구멍으로 돌진해 버리면 어떡할까. 샤프를 던지는데 뾰족한 끝이 손바닥에 콱 박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들.
결정적으로는 날아오는 물체의 방향이나 속도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인지되지 않아 그에 마땅한 신체 반응을 내보내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냥 나라는 인간에겐 그런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거지. 실패 뒤에는 친구들이 못마땅해하거나 우스워하는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 굳이 놀리는 건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실패의 감정을 쌓아갔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아주 미미하지만 아주 자주.
얼마나 자주인고 하니......학창시절의 3할 정도라고 할까나. 박치, 음치처럼 물건 받아내는 걸 잘 못하는 몸치에게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다는 건 참 고역이다. 가장 큰 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체육시간에 툭하면 하는 피구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공포스러운 피구. 제한된 공간 안에 사람을 두고, 총....은 아니지만 공으로 저격하는 게임. 각 반에는 공을 신기할 정도로 잘 받아내고 받아낸 공을 너무나 무서운 속도로 던져내는 여자애들이 꼭 있었다. 운이 나쁘면 그 공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피구를 많이 할까? 몇몇 아이들에게는 그게 공포스러운 경험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의 여자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 종목인 공기놀이.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듯이 교실 한구석, 수련회 가서 방 한구석에서는 여자 아이들만의 열띤 경기가 펼쳐졌다. 깍두기로 참여할 실력도 안 되는 나는 언제나 관중이었다. 어른이 돼서 다시 해보았는데도 잘 안되었다. 심지어 신랑이 더 잘하던데.....^_^;;;;물건을 잘 못 받아내는 몸치인데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쁜 남자의 매력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려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