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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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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May 28. 2023

매운 양파에서 달콤한 양파로

어렸을 때는 나는 국이나 반찬에 양파가 들어가는 게 싫었다. 씹으면 매큼하게 입에 퍼지는 맛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양파는 고추나 마늘의 형제라고 해야할까, 매운 맛을 내고 작은 내 입에 보이지 않는 불을 지르는 녀석이었다.


미국에 와서, 더 정확히 말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음식을 도맡아 하면서 양파에 대한 나의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내가 구입해서 쓰는 양파가 주로 'Sweet Onion'이라서 그런걸까? 아무리 그래도 불에 달구지 않고 한 입 베어물면 여전히 알싸하긴 하던데.


채를 썰어서 불에 오랜 시간 볶으면 양파는 흐물흐물해지며 갈색빛을 띈다. 그리고 한줌 잔뜩 집어먹어도 될 만큼 달콤한 맛이 흘러내린다. 어린 시절이 집어먹던 캐러멜만큼이나.


한국에서 자라는 양파들이 좀 더 매울 수 밖에 없던걸까?혹은 식당 아줌마들이 요리를 하실 때 양파를 푹 익히지는 않았던걸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내 입맛이 변한걸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는 이제 안다.


양파는 맵기도 하지만 아주 달콤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05282023_D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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