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 출판

by 단서련

"생각해 보면 그 모든 불안하고 텅 비어 있던 시간 와중에도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제가 어릴 때부터 책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놀기 좋아했던 그 시절조차 책만은 꼬박꼬박 읽었던 것 같아요. 책을 너무나 재미있어하는 분들일 거 아니에요? 여기 계신 분들은 다... 그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은 밑에 그물망 같은 것이 몇 겹은 더 쳐져 있을 거예요.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본인의 힘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는 걸 확실하게 믿으시고, 앞으로도 책 많이 보세요. 그게 인생을 구원하더라고요, 언젠가." -김이나,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이나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며 나는 절망했다. 나는 책이 너무 좋아 한시도 책에서 떨어지지 못해 안달복달까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을 들으면 엉덩이가 들썩거려 안달복달하는 편이었달까. 문예창작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필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알량하게도.......나는 밑에 그물망 하나 없어도 내 글이 세상에 나오기를 꿈꾸고 누군가는 지갑을 열어 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해 준 길이라면 발걸음 닿는 곳에서 길이 하나하나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안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는 욕심이 부.....아니 보글보글거린다.(부글거리면 뭔가 화산처럼 에너지가 넘쳐야 할 것 같지만 해외살이 독박육아 아줌마인 나는 부엌에서 보글거리는 미역국 정도 스케일 ㅋ)


이미 필력이 뛰어난 이야기꾼들이 이 세상에 한가득인데 검증되지 못한 작가 지망생의 부족한 글에 관심을 가져주고 과감하게 시간, 돈, 에너지를 투자할 출판사가 몇이나 될까? 아마 단 하나도 없을 테다. 그들이 투고 메일을 거절하고 공모전에서 수많은 이들을 우후죽순 떨어뜨리는 작업을 비난할 수 없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너무 당연한 자본주의 이치니까.


브런치에 써놨듯이 나는 코로나 시작될 즈음부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4년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작가 지망생으로 정의해 왔다. 없는 시간을 쥐어짜 내 부족한 실력을 - 찔끔찔끔 - 키우며 분투해왔다. 그 노력을 해오는 중에 한편에서는 이런 교만한 생각이 불쑥불쑥 쳐들어 왔다. (엄청난 대문호나 베스트/스테디셀러 작가님들은 제외하고) 출판사의 선택받은 저 이와 나의 글에 대체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전자가 생각을 풀어낸 문장에는 깊이와 울림,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주제가 살아 숨 쉬는건가? 내가 쓴 문장은 차마 눈 뜨고는 봐줄 수 없는 엄청난 허접함으로 중무장한 건가? 저들의 이야기는 배꼽 빠지게 웃기고 내 이야기는 그렇게 형편없이 지루한 건가?!


휴, 깊이 심호흡을 들이마시며 삐뚤어진 마음을 추스려 객관적으로 생각을 바로 고친다.


전자와 후자(나)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그 차이가 작다는 것에 나는 무모한 희망을 걸어본다. (이래서 내가 무한 도전 애청자가 된 거였던가 ㅋ) '차이가 작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나 자신과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 특히 아이들을 키우며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을 이 세상의 많은 여성들을 향해 응원을 날린다. (이 글도 생선을 소금, 후추에 재워두고 시작하다 글 쓰다 말고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풀면서 써내려 가는 중. 하하하!)


살림에 전혀 관심없던 내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어째저째 부엌에서 진짜 칼을 휘둘러 온 지 어연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살덩이를 자르고, 내장을 떼어내고, 0.2미리 일정한 간격으로 채썰어내기를 훈련하면서 나는 여자들이야말로 스릴러나 액션물의 주인공에 제격이라 생각해왔다. 게다가 한달에 한번 엄청난 양을 피를 보아도 담담할 수 있으니 전사(戰士)라는 말이 꽤 어울리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해오던 중 2023년 초 온라인 강의 플랫폼 Upfly의 대표 유연실님께서 워크숍을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제목은 바로 '출판사 없이, 내 책을 팔 수 있을까?'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시는 연실님께서 전세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마존에서 본인의 책을 독립 출판한 경험담과 팁을 나눌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등록 버튼을 눌렀다.


여자가 칼을 뽑으라면 무라도 썰으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 결혼하고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며 글쓰느라 여전사가 되버린 이상 아마존으로 떠나보자!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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