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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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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Oct 29. 2023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집에서 차를 타고 나갈 때는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들어서는 부분이 있다. 그 길목은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빨간불이 켜지면 교차로에서 멈춰 선 자동차들이 내가 끼어들기를 해야 되는 입구까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럴 때 격이 있는 운전자들은 내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고 공간을 내어준다.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미소 + 안전하게 내 앞으로 들어오라는 손짓까지 곁들여서. 캬!


그런데 며칠 전에는 어떤 차가 천천히 오더니 내 차 앞을 딱 가로막고 멈춰 섰다. 정면을 보는데 상대 운전자가 보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도 뻣뻣한 목각인형처럼 한 순간도 고개를 틀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마 그 운전자는 알았을 것이다. 나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아마 조금 민망한 기분에 그렇게나 어색하게 앞만 쳐다보고 있었겠지. 그렇게 멈춰 선 채로 3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녀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였다. 아주 많은 건 아니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60대 정도 할머니라고 추측해 본다. 나이가 들면 운전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분의 피부에는 주름이 지었을 언정, 천천히 정지해 오는 중에 자기 앞에 차 한 대 끼워 줄 수 있는 순발력(.....이라고 해야 하나? -,.-;;;)까지 없어질 나이는 아니라고 본다. 그녀가 나에게 반드시 양보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소한 배려 없음이 얄밉게 느껴졌다. 게다가 상대방이 나이도 있는 사람이다 보니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휴~ 뭔 사정일지 몰라도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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