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민 작가님과 나의 인연은 2019년(새삼 숫자 세어보고 깜놀!!)으로 거슬러 간다. 청소년과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탐구하는 C program에서 사례 수집을 위해 해외 거주 중인 한국인 엄마들을 특파원으로 섭외하였는데 나는 미국, 진민님은 독일의 특파원으로 만나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진민님께서는 <철학하는 엄마>로 제7회 브런치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나는 브런치를 갓 시작했던 시절이라 주변(?) 사람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ㅎ 작가 지망생, 아니 그 조차 명함으로 내밀기 힘든두 아이 엄마 1년 차인지라 진심으로 그녀의 비결이 궁금했다. 해외 살이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24시간이라는 주어진 조건들이 똑같건만 저분은 도대체 어떻게 공모전 대상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었는지......? 그래서 프로젝트 매니저님께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아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동료에게 SOS를 직통으로 날렸다.
다짜고짜 날린 이메일이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철학자 언니로부터 다정함을 가득 채운이메일이 돌아왔다. 그동안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해 어떤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업해 왔는지 등 상세한 경험담을 나누어주었다. 와, 이거 나만 알기엔 너무 아까운 주옥같은 조언인데......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작년 이맘때 테이크루트의 주최로 이진민 작가님의 <글쓰기 특강>을 통해 많은 사람들 - 나도 들었다 ㅋ - 에게 가닿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책 제목처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더니 브런치 작가로 발돋움하여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2020)>부터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2021)>, <아이라는 숲(2022)>, <동굴 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2023)> 등 곁에 두고 보면 좋을 책을 매년 만들어오신 진민님.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그녀가 자신의 결을 담은 작품을 꾸준하게 빚어내는 비결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자신을 소개할 때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진민님답게 워크숍은
글쓰기와 관련된 단어의 어원을 들여다보며 시작했다. 인류의 문명과 함께 오랜 시간이 쌓여 올려진 언어들, 한자와 영어, 한글까지 글/쓰기를 두고 품은 뜻을 되짚어보았다. 글쓰기라는 행위 하나, 그리고 그를 정의하는 단어를 놓고 얼마나 다양한 생각이 파생될 수 있는지 보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하단의 일곱 가지 조언에도 나와있듯이 작가님께서는 어원이나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을 적극 활용하고 평소에도 사전을 가까이 두어 틈틈이 영감을 수집하신다고 한다.
서론을 지나 본격적으로 진민 작가님이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다정한 철학자 언니가 중요한 부분을 콕콕 집어내는 족집게 강의를 듣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지에 대한 접근보다는 (선배) 작가로서 이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가 만들어 간 단단한 밑바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커다란 주제에서 소소한 단어 선택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올바르게 다가가는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지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다듬어 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작가님. 뭐랄까, 철학 전공자답게 그녀가 작가로서 지켜내는 철학이 담긴 조언들이었다.
진지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경청하다가 중간에 훅 치고 들어오는 유머는 작가님의 또 다른 매력이다. 책이든 강의든, 단톡창의 대화나 브런치 댓글이든 (다양한 포맷을 넘나들며 ㅎ)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 유머러스함이 취향 저격이다. 나는야 유머 포기 못하는 타입 ㅋ;
위의 조언 이후에는 몇 년 전 진민님이 나에게 나누어주셨던 이메일의 내용, 자신이 작가로서 일상을 어떻게 꾸려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크게 도움을 받은 실질적인 정보들인데 몇 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함께 자서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시는 것, 평소에 책을 읽거나 영감을 수집하며 (출처와 함께) 메모 정리를 잘해두는 것, 그리고 글을 써야 하는 순간에는 모아둔 메모들을 훑어며 필요한 부분을 오려 붙여 (비교적 손쉽게) 뼈대를 구성하는 요령, 건강한 글쓰기 생활을 위해 산책과 시필사도 빼먹지 않으신다고 한다.
이슬아 작가님 책 제목 중 하나가 <부지런한 사랑>이 아닌가. 브런치 플랫폼을 이용하는 당신이라면 글쓰기의 힘을 이미 알고 있다. 우리들은 다른 무언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을 할 수도, 심지어 다른 무언가에 되어 깊이 몰입도 할 수 있다! 이렇게 글쓰기란 작가님의 말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무언가를, 기념하고 기억하고 저장하는 멋진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본다. 그리고 올 한 해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사랑이 한 뼘이라도 더 커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