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재 살아가는 미국은 쓰레기에 참 관대한 나라다. 아무 비닐봉지 하나에 손에 집히는대로 마구잡이로 쑤셔넣어도 쓰레기통에만 던져놓으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분리수거는 의무가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릴 필요도 없다. 이사가는 날 버려야 할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쏟아져나와도 그냥 버리라는 곳에 던져놓기만 하면 된다.
내가 살던 나라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판매해서 쓰레기 양 줄이기를 실천해왔다. 더 나아가 음식물 쓰레기는 반드시 전용봉투에 분리해서 버려야하는 의무를 이행해 왔다.
타지에서 살림살이를 주먹구구식으로 따라하다보니 남들하는대로 -꽤나 오랫동안 - 쓰레기를 휙휙 버려왔다. 그러다 최근부터 덮어두었던 양심의 가책이 너무 깊어져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잠옷 위에 잠바를 걸쳐입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분해가 잘 되는 바람에 쉽게 찢어지는 초록색 비닐에서 쓰레기가 비어져나오는 바람에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어떻게든 매듭을 잘 지어서 초록색 쓰레기통에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어딘가에는 전 국민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수 많은 미국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그 곳.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곳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는 게 당연한 일상이다.
나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수고를 하는 그들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았다. 아무도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하지 않는 듯한 이 곳에서 번거롭게 뭐하는 짓인가.....싶었는데 이것은 마땅히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모든 이들이 감당해내는 것이라 생각하니 수고로움의 무게가 조금 덜어졌다. 게다가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 앞에서 새끼손톱만큼이지만 노력의 떳떳함까지 조금 덤으로 얻어간다.
구원의 확신도 이런 것이려나. 하나님 나라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하고 나의 고향땅과 같은 하나님 나라에서 위로를 받고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어야겠지?으쌰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