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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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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n 21. 2024

살림꾼 예수님을 상상하며

마음의 청소, 회개

결혼에 대해 드는 생각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 너무나 거대한 헌신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 헌신은 너무나 길고,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는 듯 하여 나를 바닥에 주저앉게.....아니 완전 찌부러지게 눌러온다. 한국에 있던 20여년간 내가 성격 좋은 사람이라 착각했던 것은 나의 모난 부분이 드러날 일이 없어서였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24시간 부대끼며 살다보니 나의 삐쭉한 면모가, 나의 죄성이 매일매일 드러난다. 크리스찬으로서, 나의 삶 한 가운데서, 여전히 낯설고 힘든 부분은 회개다. 


파트너가 원하는 부분을 내가 해주지 못했고 그가 실망했다는 부분을 인정하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했었던 여러 부분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먼저 다가와 나를 덮친다. 내가 억울하고 내가 속상하고 내가 서운하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평균수명 100세 시대니까) 60년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내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하지만 폭력의 기준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입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 기준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보듬는 게 최우선이다.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 미치겠다. 아흑!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그 안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실패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건강한 공동체를 세워내야 하는데.......


주님, 회개가 너무 힘들어요. 집안 살림도 잘 못하는 편인데, 내 마음의 살림도 너무 못하는 거 같아요. 내 마음에 가득차 있는 지저분한 것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회개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안에 내게는 없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채우고 흘려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사랑의 말을 전하는 용기를 제게 주세요. 


에휴, 성능좋은 진공 청소기와 온갖 세제를 들고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상상해본다.  

https://www.pexels.com/photo/person-vacuuming-the-floor-6195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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