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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Jul 14. 2024

으악, 운전기사님 없는데 운전대가 돌아가는 택시다!

샌프란시스코 무인택시 Waymo 탑승기

귀신 택시는 아니고 ㅋ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 로봇이 운전하는 무인 택시를 탔다.


어제는 아이들 여권 문제로 급하게 샌프란시스코에 올라가야 했는데, 오전에 서류를 접수하고 오후에 여권을 픽업해야 해서 6시간 정도 긴 시간을 그곳에 머물러야 했다. 우리가 타고 온 승용차는 여권 관리국 근처 주차장에 (주차 요금 때문에) 발이 묶여서 맨날 자동차만 타며 이동했던 우리들은 익숙했던 방법을 벗어나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선택들을 시도하고자 했다.


긴 거리를 걷거나,

버스 혹은 전철을 타거나,

택시를 타거나............

근데 운전기사가 없는데 운전대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인 택시를 타보기로 했다!! 꺅!!


앱 사용환경 (출처: 웨이모 웹사이트)

한국 출국 10일 전까지 아이들 여권 만료일을 챙기지 않은 내 덕분에 ㅋㅋㅋㅋㅋ 샌프란에서 신기한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며 칭찬(?) 해 준 신랑이 앱을 설치하고 우리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였다. 우리가 어제 탔던 무인 택시의 이름은 Waymo, 구글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이다. 총 4명까지 탑승 가능하기에 4인 가족인 우리들은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웨이모 차량이 꽤 많은지 예약 신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택시가 나타났다. 택시 머리에 설치된 카메라 겸 전광판에 신랑의 이니셜이 표시되어 있다. 로봇 자동차를 본 우리들은 신나서 뛰어갔다.


자동차 브랜드는 재규어, 깔끔한 하얀색 택시의 여기저기에 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가 달려있었다.


(좌)로보트 택시 탄타니까 신나서 뛰어가는 아이들 (우) 로보트님, 안전 운전 부탁드려요!

자동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메고 모니터에 보이는 Start Ride를 눌러준다. 운전을 시작한다는 간단한 안내 방송이 나오면서 운전대가 알아서 빙글빙글 돌아 주차 자리를 빠져나온다. 미래지향적인 순간을 맞이한 우리 가족은 모두 우와아아아아!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운전석이 비어있는 택시를 타고 우리가 원하는 음악(우리의 선택은 KPOP now)을 골라 들으며 목적지를 향해 갔다. 주행 시간이 25분 정도 되었는데 가격은 18불이었고 인건비가 없어서인지 미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택시 서비스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와 비교했을 때와 비슷하거나 좀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플레이리스트 외에도 주행하는 거리도 모니터로 볼 수 있는데, 카메라 촬영으로 입력된 주변의 거리 자동차(파란색/자동차 모양새), 자전거 라이더(초록색 + 하단 그림자), 보행자(파란색 + 하단 그림자)이 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되어 나오고 신호등과 교통표지판도 나오고, 가야하는 길도 나온다. 신통방통!



브런치에 동영상은 안 올리지만 커브를 돌리는 운전대,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는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도착지에서 주차 자리를 찾는 모습 사진을 올려본다. 주차를 안전하게 하고 나면 핸드폰이나 열쇠 잊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타보니까 가격도 괜찮고 이동 시간을 오롯이 개인 경험에 집중하할 수 있던 운행 시간, 로봇 운전기사가 안전 운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한마디로 총알 택시라던지, 영화나 드라마처럼 앞에 가는 차량 따라잡아 미행하는 건 불가능 ㅋ) 등 여러모로 신기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을 굳~~~이 하나만 꼽자면 무인택시는 전기 자동차였는데 약간 멀미가 났다. ㅜㅠ 전기차는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놓으면 관성운전 (회생제동), 즉 바퀴를 통해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해 고전압 배터리로 전력을 충전한다고 한다. 내연기관 차에 익숙해진 탓인지 나는 예전에 우버 택시가 테슬라였을 때 엄청 멀미를 했고, 이번에 웨이모를 탔을 때도 뒷좌석에 탑승한 나와 우리 아이들은 25분이라는 긴 시간 움직인 뒤에는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전기차 탑승 시 멀미를 느끼는 예민한 분들은 무인 택시로 장거리 주행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앞으로 무인 택시가 상용화되면 이동에 제약이 컸던 시각 장애인이나 노인, 청소년들에게 큰 혜택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근데 우리나라의 경우, 택시 기사로 밥벌이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ㅜㅠ 무인 택시 도입이 가능할는지는 잘 모르겠다; 구글 외에 테슬라나 다른 회사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데 꼭 택시가 아니라 일반 승용차에 도입되는 것도 가능할 테다. 인공지능과 함께 미래가 한 발자국 성큼 다가온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현재 무인택시 웨이모는 미국에서 샌프란시스코, 피닉스에서 운행되는 중인데 엘에이와 오스틴도 곧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열거한 여러 가지 장점들 덕분에 미국으로 여행 오시는 분들은 참조해서 미래지향적인 이 경험을 꼭 해보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웨이모 시행 지역 (출처: 웨이모 웹사이트)


내가 사는 지역은 구글 본사에서 아주 가까운 외곽 지역인데, 한 4년 전 즈음부터 도로에서 운전할 때마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는 있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 그리고 자동차 외부 여기저기에 커다란 카메라가 주렁주렁 달린 신기한 자동차들과 마주치기 시작했었다. '구글무인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연구소가 창립된 것은 2009년 무려 15년 전이며 '웨이모'라는 이름으로 바꾼 건 2016년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참 오랜 시간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세상을 바꿀 기적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무인자동차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미국 땅 (심지어 한국을 포함한 해외까지)을 돌아다닐 때 구글맵을 덕분에 불편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구글맵을 쓰면서 어떻게 이런 촌구석의 좁은 길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 신기할 때가 많았는데,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점 발전해 나가는 구글을 보면 내가 사는 평범한 일상 저 너머, 하지만 꿈이 아니라 또렷이 현실로 존재하는 어떤 신기술이 생각지도 못한 새 시대를 펼쳐내는 중일까 생각해 본다. 신나고 멋진 일이기도 하면서 조금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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