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세대를 어떻게 길러내느냐에 따라 국력의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나는 1990년대에 한국에서 10대를 보냈고 2020년대에 내가 낳은 아이들을 미국에서 키우고 있다. 샘플도 많지 않고 시간적인 순서도 30년이나 떨어져 있으니 좋은 비교는 아니지만 두 나라의 근본적인 교육 환경의 변화가 급변하지 않았다면 본 글의 제목과 같이, 미국의 국력은 운동과 서머 캠프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에 힘을 싣고 싶다. (아니, 어쩌면 현재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아 아쉬운 무언가를 나 개인이 아닌, 다소 거시적인 입장에서 이유를 찾고 싶어서 억지 주장을 부리는 걸까?ㅋㅋㅋ)
모든 게임은 체력(+끈기)에서 종결되는 걸 절절히 느끼고 있다. 몸이 힘들면 주어진 일을 잘 해내기 어렵고, 건강한 마음이 아니면 아웃풋 또한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 아웃풋이라면 가족들을 태하는 말투와 태도랄까. 도움받을 구석 하나 없는 이민자 전업 주부로 살아가고 있으니 저질 체력에 동반되는 저질 아웃풋이 민낯처럼 펼쳐진다. 그냥 넘어갈만한 일도 몸이 피곤하면 목소리가 쉽게 커지고 짜증 내는 일도 많아진다. 육아에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게 체력이건만, 가장 체력이 좋을 학창 시절에 좋은 운동 <<습관>>을 기르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일주일에 두어 번 운동장에서 30분 끼적끼적 수업하는 정도랄까. (미국에서는 웬만한 경우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하니까) 내가 직접 두 발로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을 타고 통학하는 게 학창 시절에 했던 운동이라 퉁 쳐본다. 근데 미국에 살고 있는 현재 그 마저도 안 하고 모든 이동을 자동차로 하고 있으니, 나이가 들면서 몸은 삐걱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일상에 자리 잡힌 습관으로서 운동이 부재하니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체력이 딸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이 와중에 호르몬은 어찌나 요동치고 그 앞에서 나는 동물처럼 반응하는지;;;
두 번째로, 미국의 국력은 '서머 캠프(여름방학특강)'에서 나온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운동은 바로 이해가 가는데, 국력이랑 서머 캠프가 무슨 상관이람....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방학 동안에 전문 강사에게 반짝!! 하고 특강을 들어서 성적이 쑥~ 피아노, 미술, 스포츠 등 특기 사항의 실력이 쑥~향상되는 그런 게 아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가 들어가고 매해 맞이하는 여름방학. 지난 5-6년간 미국에서 서머 캠프를 알아보고, 몇몇 캠프를 직접 보내보니 이런 특징을 파악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서머 캠프는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게 허락되지 않는 어린 연령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캠프가 운영될 때에는 Camp Aid/Assistant/Counselor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 역할을 대학생..... 혹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이 맡을 때가 많다. 캠프의 메인 프로그램은 주 운영자에 의해 돌아가지만, 캠프가 순조롭게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보조 인력은 10대 청소년들에게서 채우는 것이다. 캠프 내용에 따라 트레이닝이 별도로 제공되기도 하고, 내가 일했던 스튜디오의 발레 캠프의 경우에는 기존에 학원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고등학생들에게 캠프 보조교사 오퍼를 주기도 했다. 첫째 아이가 참여했던 축구 캠프를 보면 축구 클럽에서도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돈도 벌게 되고 (이걸 통해 10대 때부터 경제관념 생기는 것도 중요!) 자신이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여러 가지 스킬을 생생한 직업 환경에서 체험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미국의 엄청난 국력이라고 느낀다. 어린아이들을 인솔하면서 리더십이 생기고, 캠프의 스태프들과 소통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생긴다. 그리고 캠프 주제와 관련된 지식을 나이가 아주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는 티칭 스킬 또한 얻게 되는데 나이가 들어서 보니 이것은 모든 직업 분야에 적용(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및 확장(교육자로 전환할 때)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스킬인 것 같다. 이런 스킬들을 아직은 미성년 보조 인력이라는 보호와 유연한 환경 안에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게 참 좋은 거 같다.
베스트셀러 책인 '역행자'를 쓴 자청님은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치는 일'을 사업으로 제안하였다.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매년 여름10대 청소년인 초보가 왕초보인 꼬꼬마들을 가르치는 것, 그것도 꽤나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학습 환경을목격하게 된다.만 13살 즈음에 시작해서 4-5년 짬밥이 생긴 청소년들은 리더십에서 티칭까지, 성인 못지않는 전문가 실력과 성숙한 태도를 보여줘서 학부모인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물론, 여러 가지 타이밍이 잘못 맞아떨어질 경우 (주 운영자가 캠프 내용에 충분히 신경 쓰지 않을 경우, 캠프 보조 교사가 너무 서툴 경우) 학부모 입장에서는 서머 캠프 보낸다고 상당한 돈을 지불했는데 우리 애들보다 서너 살 많은 10대 캠프 카운슬러가 서너 시간 겨우겨우 시간 때우기만 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ㅠㅠ 하지만 이 또한 미국의 섬머 캠프 분위기처럼 여겨진다. 학교 대신 애들을 몇 시간 정도 돌봐주는 게 기본적인 기대이고, 무언가를 배우고 얻는 건 추가적인 부분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캠프 가격 혹은 캠프의 호스트에 따라 이런 부분이 상이해지긴 하지만).
청소년들이 멘토가 되어 더 어린 멘티들을 돌보고 이끌어 가는 것이 미국 서머 캠프의 분위기인데, 미국에서 서머 캠프를 하는 어린아이들은 자신보다 조금 앞서 있는 청소년들을 (다소 따라 하기 쉬운) 롤모델로 지켜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멘토 역할을 맡는 10대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것 같다. 청소년들이 체험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되고 이를 통해 실수도 하고 성장도 해나가며 진짜 성인이 되었을 발판을 튼튼하게 함께 준비해 나가는 것이 미국의 국력이라고 생각된다.
이해하기 쉽게 서머 캠프라고는 해놨지만, 꼭 캠프 기간뿐만 아니라 1년 365일, 다양한 곳에서 청소년들이 직업 체험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베이비 시팅이라던지 어린이 축구 시합의 보조 심판(캘리포니아에서는 만 13세부터 가능),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 학원에서의 티칭 어시스턴트라던지 어릴 때부터 정식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이것들을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쌓아가고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일정한 점수를 넘기기 위해 책상에 꽉 달라붙어 앉아 10대를 몽땅 보내버린 나의 과거가 조금 서글프게 느껴진다. 2020년대의 한국은 조금 달라져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