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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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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May 15. 2024

끝이 보이지 않는 우듬지에서 손톱보다 작은 꽃잎까지

우리 동네는 일교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아침이면 초겨울처럼 플리스 재킷을 껴입다가도 낮이 되면 반팔 반바지를 입고 뛰노는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놀이터를 가득 채운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자연들도 그렇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거대한 레드우드트리들이 제자리를 무덤덤히 지키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야자수들이 엉뚱하게 자리 잡고 있다. 꽤나 많이.


나를 둘러싼 세상이 재밌어서 나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우듬지, 아마도 원시시대부터 저 자리를 지켜왔을 테지. 그러다가 문뜩 언제 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올해 어느 때인가 피어났을 들꽃에게도 눈이 갔다. 이건 또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이파리 개수가 세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나 자그마하다. 캬, 하나님은 참 재밌는 분이셔.

나무 옆에 보이는 그네를 보면, 작은 꽃을 들고 있는 내 손을 보면 각각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인가 우리 동네 조 바이든 대통령 온다고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교통 통제를 하게 될 예정이라 등하교 시간에 유의해달라며..... 나랑 똑같이 눈코입이 달 한 사람이 여기 온다고 온 동네 동네가 난리법석이었다.

한 나라, 그것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어떨는지 머리로 상상도 안 가지만 아무리 세상을 좌지우지해도 그이도 그저 하나님 앞에서 덩치가 좀 큰, 우듬지가 높은 피조물이겠지.


반면에 나는 작은 꽃에 달린 더 작은 이파리처럼. 작디작은 동네 발레 스튜디오의 한 명의 오너를 서포트하는 작디작다 사라질 듯한 일개 매니저이지만 나도 같은 창조주가 정성 들여 만든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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