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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환상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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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서련 May 28. 2020

1. 할머니와 거순이

이것은 우리 가족의 공동작업물이예요. 잠들기 전, 아빠가 아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줘요.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이곳에 기록을 하고, 아이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멋진 커버를 그려서 매거진을 완성합니다.

온 가족이 만드는 "우당탕탕 경찰서" 그곳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들어보세요-      


한 마을이 있었어요. 그곳은 너무나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왜냐하면 그 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누군가 무엇을 잃어버리더라도 금새 되찾을 수 있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서로 돕겠다고 나설테니 길 잃을 걱정도 없었지요. 쓰레기를 함부로 길거리에 버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마을이었어요.


깨끗한 길이 시작되는 마을 입구에는 경찰서가 하나 있어요. 마을이 평화로웠기 때문에 하루종일 아주 조용한 경찰서였지요. 처음에는 그곳에도 경찰관이 꽤 있었지만 점점 줄어들어서 이제는 달랑 세 사람, 서장님, 폴, 제임스만 남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어요. 따르릉 따르릉~

경찰서의 전화는 아주 오랫동안 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폴과 제임스는 전화벨이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는 서장님의 알람시계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서장님~ 알람시계 좀 꺼주세요~ 너무 시끄러워요~"

엎드려 자느라 입가의 8자 주름이 선명해진 서장님이 늘어지게 기지개을 켜면서 일어났어요.

"으하아아아아암~ 나는 알람시계가 없는데......?"

"으아아앗, 그렇다면.......???!!!"

전화벨 소리라는 것을 깨달은 세 사람은 깜짝! 놀라서 모두 의자에서 자빠지고 말았어요. 우당탕탕!


"여보세요? 경찰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우. 흑흑흑"

"알겠습니다! 곧 출동하도록 할께요!"


오랜만의 출동 덕분에 경찰서는 우당탕탕!

제임스는 신발을 왼쪽 오른쪽 바꾸어 신고,

폴은 자켓을 앞뒤를 뒤집어입고

서장님은 의자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출동했어요.




전화를 받고 출동한 곳은 할머니의 집.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청마루에 앉아계셨어요.

"경찰 선생님들 오셨구만요. 내가 키우던 거북이, 거순이가 사라져......."

                                                                                            "자! 수사를 시작하자!!"

경찰관들은 할머니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우당탕탕!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폴은 코를 벌름거리며 할머니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어요.

"제 코는 개코예요. 거북이의 냄새를 따라서 거순이를 찾아낼께요!"

"오호!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근데 말이야, 거북이 냄새는 어떤 냄새인가? 오징어랑 비슷한가?" 서장님이 물어보았어요.

".........그러고보니, 거북이 냄새가 뭔지를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서장님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었어요.

"킁킁킁, 서장님? 괜찮으세요?"

"아이쿠! 내 냄새는 굳이 맡지 않아도 돼. 그나저나 냄새를 찾아보는 건 좋은 방법이야! 일단 너는 거북이 냄새가 어떤건지 알아보도록 해! 그것만 찾아내면 거순이 찾는 건 시간문제야."


서장님은 이번에 잔디밭을 둘러보고 있는 제임스에게 다가갔어요.

"제임스, 손에 들고 있는 그게 뭐야? 돋보기 아닌가?"

"네, 맞아요! 무엇이든 크게 보여주는 돋보기! 이걸로 제가 거순이 흔적을 얼른 찾아드릴께요."

"그래! 거북이니까 아마도 멀리가진 못했을꺼야. 흠........근데 잔디가 꽤 무성한데 여기에도 발자국이 생길까?"

"그러게요. 발자국은 안 보이던데.......그래도 하다보면 뭐라도 찾지 않을까요?하하하."

서장님은 돋보기를 눈 앞에 대고 연신 깜빡대는 제임스의 큼직한 눈이 못 미더워서 한숨이 올라왔어요.  

"휴.....발자국은 정말 중요한 단서가 될꺼야. 거북이 발자국 비슷한 게 보이면 나에게 꼭 알려줘! 그리고 발자국에서 냄새가 나거든 폴한테 꼭 알려줘. 그 친구가 개코라더군."


몇 시간 후

"생각보다 거북이 한마리 찾기가 쉽지가 않네."

꼬륵꼬륵 꼬르르륵 꽈라라라라락!!!!!

"누구 배에서 나는 소리인지 우렁찬 배꼽시계구만. 그래, 뭐라도 먹어야지. 자네들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전 짜장면이요!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제가 아는 맛있는 중국집이 있어요!"

"흠.......중식을 먹으러 중국집이라......근데 말이지, 거북이는 뭘 좋아할까?"

"잘 모르겠지만, 거북이라면 물 아닐까요?"

"앗! 여기 마을 가로지는 큰 강 하나 있잖아요!"

"에이~ 거기는 할머니 집에서 너무 멀지 않나요? 다른 동물도 아니고 설마 거북이가 거기까지 갔을리가 있나요. 불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도 한번 가볼까? 밥 먹고 배도 꺼뜨릴 겸, 그 쪽으로 산책이나 하러 가지 그래."


밥을 먹고 배불러진 세 사람이 식당 문을 열고 줄줄이 나왔어요.

"어우~ 배부르다. 흐흐흐, 강까지 달려가서 제일 늦게 도착한 사람이 후식 쏘는 거 어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사람은 강을 향해 우당탕! 뛰기 시작했어요.

강에 가까워지자,

"어랏? 거북이 등껍질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팔을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달리는 1등 제임스가 말했어요.

"엥? 그런데 토끼 같아보이기도 한데요?"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달리는 2등 폴이 말했어요.

달리기 꼴찌 서장님도 헐레벌떡 숨을 쉬며 강가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토끼같은 거북이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거순이였어요! 토끼만큼 빠른 거순이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강가에 도착해있었던 거예요.


"니가 혹시 거순이니?" 서장님이 말했어요.

"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할머니가 너를 애타게 찾으셔.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데려다줄께."

".........."

거순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강가에 서 있다가 등껍질 안으로 쏙 들어갔어요.

"이대로 들고 할머니께 데려다드리면 될까요?"

"무슨 사정인지도 잘 모르는데 괜찮을까?"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서장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제임스에게 일단 집으로 가서 할머니를 이 곳으로 모셔오라고 했어요. 제임스는 팔을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다시 할머니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거순이를 찾았어요!

"거순이를 찾았다고? 아이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지금 강가에서 할머니를.........기다리고 있어요. 집으로 안 돌아오려고 하네요."

할머니는 이야기를 듣고선 가만히 서 있었어요. 제임스가 '할머니가 충격 받으셔서 그러신가? 병원으로 모셔가야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자마자, 할머니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집으로 들어가셨어요. 그리곤 먹을 것을 잔뜩 챙겨서 나오셨어요.


"거순아~거순아~"

할머니가 이름을 부르자 거순이는 등껍질에서 쓰윽 고개를 내밀고 뒤를 바라보았어요.

"...........나 사실은 말이야......."

"거순아.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

"우리가 같이 산지도 벌써 70년이잖아."

"아이쿠! 너무 동안이라 나이가 이렇게 지긋하신지 미처 몰랐네요. 거순이 할머니, 죄송합니다."

거순이가 자기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는 걸 깨달은 세 사람은 거순이에게 우당탕탕! 배꼽 인사를 드렸어요.

"자자, 거순이 너도 먼 길 떠나기 전에는 배가 좀 든든한 게 좋겠지? 니가 좋아하는 꼬북칩도 챙겨왔어."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돗자리를 폈어요.


할머니, 거순이, 서장님, 폴과 제임스는 돗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식사를 다 마칠 무렵, 할머니는 마음을 다잡은 듯이 거순이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말을 했어요.

"시간 참 많이 지났다. 그동안 재밌는 추억을 많이 선물해줘서 고마워. 특히, 네가 달리기 대회에서 1등했을 때는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 사람들은 거북이가 느릴 꺼라고 했지만, 너의 달리기 솜씨는 정말 최고였어. 그 때에도 앞으로 뛰어나가는 걸 참 잘했는데,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길 꿈꾸는구나."

거순이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만 지었어요.

"그래그래,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할머니는 이 세상 누구보다 거순이를 응원했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었어요. 마음이 아프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거순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습니다. 할머니의 대답을 알게된 거순이는 할머니를 안아드렸어요. 할머니의 따뜻한 눈물이 쭈굴쭈굴한 볼을 타고 내려와 거순이의 등으로 똑똑똑 떨어져내렸어요.


그리고 거순이는 일어나 강으로 걸어나갔어요. 물길을 따라서 천천히 헤엄을 치기 시작했지요. 할머니는 거순이의 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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