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다 채우지 않아도>
23살 1월 , 수능을 다시 보기로 했다.
약국을 다니던 나는 대학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일을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했다.
일 하는 동안 틈틈이 인강을 보고
평일 밤에는 수학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다.
24살, 잘 다니던 약국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나를 한 번, 여름의 더위가 나를 또 한 번,,,
점점 깎여가던 나는 그해 수능을 망쳤다.
24살 겨울에 나는 다시 약국 알바로 일을 했다.
매일 억울했고 매일매일 이루지 못한 꿈들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결국 25살 6월
나는 모아둔 돈 천만 원으로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도 더 열심히 했었다.
나는 나를 잃고 살았다.
늦었다는 마음에 나를 하루하루 잃어버리며 살았더니
수능날이 되었다.
수능날 떨리고 속이 안 좋고,
전 날 받은 문자에 부담이 늘었고,
엄마의 생신날 미역국 대신 수능 도시락 김밥을 싸시던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어떻게 수능을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수능 성적표를 받고
나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받았다.
실수를 했다. 그러지 않고서 이런 성적을 받았을 리 없다.
아무런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았고, 내 나이를 생각하자 까마득히 어두운 앞길만 보였다.
그렇게 몇 달을 누워만 있었다.
다시 도전할지도 몰라…
하며 매일 침대 앞에 쌓여있는 문제집들을 보며 눈을 뜨고
아냐 나는 할 수 없을 거야…
하며 매일 눈을 감았다.
그렇게 나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음 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