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다 채우지 않아도>
나는 점점 희미해졌다.
처음에 꾸었던 화려한 대학시절의 로망, 나의 꿈 그리고 나 자신을 잃어가며
하루하루 침대에서 생기를 잃은 식물처럼 살았다.
나는 흐려진 눈으로
유튜브와 각 종 sns를 보며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맑은 눈을 보며 시기하고 질투했다.
어렸을 때부터
성형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바로 눈빛이라고 들어왔다.
여태껏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유튜브로 본 사람들의 눈만 보면서
내 흐린 눈을 미워했다.
적어도 흐린 눈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안 예쁜지는 이해했다.
그렇게 2025년 1월
어느 때와 같이 유튜브를 구경할 때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오래된 물건엔 낡은 기운이 깃든다. “
그 순간 내 눈앞에 쌓여 있는 문제집들이 보였다.
언젠가 내가 열어주지 않을까 하며 기다리던 문제집들을…
나는 그 문제집들을 이고 지고 살았다.
하루하루 어깨가 무거워서 나는 침대에 누워있기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 버려버리자. “
나는 그 길로 모든 문제집을 문 밖에 나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안 봐야 무거운 내 어깨가 가벼워질 것 같았다.
다 버려진 문이 우리 집 앞 소화전에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나는 알 수 없는 만족감에 휩싸였다.
그렇다. 나는 미련을 버린 것이다.
낡은 기운을 나는 어렴풋이 미련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미련을 비웠다.
\다음 편 “그렇게 미니멀리스트”
미련을 비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