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와 볼펜을 정리한 일주일 그리고 나와의 약속

<굳이 다 채우지 않아도>

by 한가희

드디어 묵혀놓은(?) 문구류를 정리하기로 했다.

파일로 넣어두고 바인더에 넣어두고 여기저기 흩어진 스티커들을 바닥에 다 쏟아두고 정말 진지하게 쓸 것 인지 아닌 지 고민했다.

너무 많은 스티커들이 나와서 시작부터 한숨만 나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 때부터 모아 온 것들이라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왜 안 쓰고 아직까지 나에게 있는 것인지 ,,, 대부분 유치한 캐릭터들이라 아마 지금 쓰기엔 너무 유치하고 버리기엔 아까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리기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무인양품 명함집 같은 곳에 종이를 넣어두었는데 그 종이에 하나하나 다 붙이기 시작했다.

버리기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 나름 고안한 방법이다.

그런데 그렇게 붙이고 나니 점점 힘들어져서 더 쉽게 버릴 수 있게 되었다. ㅎㅎㅎ

그리고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비웠다.

내가 감성적일 때 (특히 문구류를 비우는 지금만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원래 사람들은 남의 일을 상담해 주는 것을 더 쉬워하는 편이니,,,

그래서 냉정함을 잃지 않고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정리하고 나니 파일 4개 중 3개를 비울 수 있게 되었고 바인더는 빵빵해졌지만 그래도 있는 지도 몰랐던 스티커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뿌듯해졌다.

스티커를 다 치우고 정리하니 7시간이 지나있었다.

아직 볼펜은 정리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다음날 일어나서 이번엔 바닥에 볼펜들을 가득 쏟았다.

너무 많은 양에 기겁을 하고 볼펜의 수를 세어보았다. 무려 103개! 그중 라커펜도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펜을 사고 정작 나는 제일 좋아하는 볼펜 하나만 쓰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 볼펜만 쓰게 될 것 같은데 그럼 이 볼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건의 수만큼 걱정과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또 버릴 수 없다는 나의 자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스티커처럼 붙여서 보관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작가는 사람이 물건을 버릴 때 가장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나도 그런 사람인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나에겐 문구류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와의 약속을 했다.

검은 볼펜은 한 가지씩만 책상에 올려두고 다 쓰고 나면 버리기로 ,,,

아니면 다른 볼펜을 찾느라 계속 헤맬 것 같았다.

그리고 볼펜을 정리하는 김에 나머지 문구류 서랍을 열어봤는데, 그 안에는 스테이플러 심이 무려 5 상자나 있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린 것이다.

나는 사이즈가 다른 두 가지 스테이플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작은 스테이플러는 버리고 그 리필심도 비웠다.

하나의 스테이플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 한 개는 꼭 가지고 있어야 했지만 두 개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다른 서랍을 열어보니 지우개도 정말 많이 가지고 있었다.

컬렉션으로 모아둔 것이었는데 이것들도 시간이 더 지나면 비울 예정이다.

아마 인스타나 스레드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거나 판매비용으로 기부를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번 문구류 비움사태에 나는 정말 큰 충격을 먹었다.

안 쓰고 모으고 있던 문구류가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 이것들이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다이어리에 적었다.

그 내용은

일단 새로운 다이어리 커버를 구매하지 않을 것

캐릭터 스티커를 구매하지 말 것

떡메모지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활용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구매할 것

마스킹테이프는 더 늘리지 말고 지금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거나 앞으로 다시 구매하지 말 것

비움 인스타계정에 다 쓰거나 비울 문구류들을 올려 기억할 것

지금 스티커들을 비우고 나서 새로운 스티커들을 살 것

이렇게 나만의 약속을 하고 지켜나갈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 약 3년 정도는 문구류 쇼핑을 안 해도 될 것이다. ㅎㅎ

이번 비움은 나름 뜻깊은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가장 많고 버리기 어려운 문구류를 비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비움이 더 쉬워질 것 같다.

큰 일을 해보니 다른 일들이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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