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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약방 Jan 15. 2023

룸룸파룸룸파룸, 걸어가면 되지!

그림책 <버스를 타고>

얼마전 봉화탄광에서 매몰되었던 광부 2명이 생환해 돌아왔습니다.

이분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던 건 ‘발파소리’ 였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뉴스를 보며 그림책 <버스를 타고>가 떠올랐어요.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림책 <버스를 타고>(아라이료지, 보림)에서는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버스를 타고 멀리멀리 가겠단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마음이 들떠, 하늘도 맑고 바람도 기분 좋게 부는 것 같습니다. 라디오를 켜서 음악도 듣지요. 커다란 트럭도 지나가고, 말을 탄 사람, 자전거를 탄 사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동안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버스는 안 와요.”라고 오지 않는 버스를 확인하면서도, “룸룸파룸룸파룸”이란 주문을 계속 흥얼거립니다.

 버스를 타고 원하는 곳에 가고 싶은 내겐 그 기다림조차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합니다. 얼마나 기뻤을지요. 하지만 버스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차 기다리던 날 태우지 않고 가버리고 맙니다.


말더듬을 어려움으로 가지고 있던 여섯 살 어린이와 이 그림책을 함께 읽었을 때 아이는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마다 버스가 안오면 어떡하냐며 자꾸만 걱정을 합니다. 

걱정을 하는 아이에게 저도 “버스를 밤새도록 기다렸는데 버스가 가버렸어. 잉잉잉, 넘 속상해.” 라고 속상한 마음을 전합니다. 

자기보다 선생님이 더 걱정을 하기 시작하자 아이는 그때부터 제게 되려 위로를 건넵니다.

"유정이 선생님 괜찮아. 트럭타고 가면 돼." 라구요. 

저는 다시 "흑흑, 트럭아저씨가 안 태워주고 씽~ 가버리면 어떡해. " 라고 말하지요. 아이는 다시 "괜찮아, 자전거가 있쟎아." 라고 말합니다. 그림책 속 주인공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 앞을 지나갔던 트럭과 자전거를 기억해내고 꺼낸 이야기였습니다. 

"잉잉잉,  자전거도 고장이쟎아!" 라고 저는 다시 우는 표정을 지으며 말합니다. 그러자 아이는 "유정이 선생님! 걸어가면 돼. 멀리멀리는 못가도, 걷다가 버스 만날 거야." 라고 합니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지 않는 건 분명히 절망적인 순간이라 걱정을 하던 아이가 절 위로하다 스스로 방법을 찾게 된 거지요. 놀랍게도 아이의 생각처럼,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은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리고 "룸룸파룸룸파룸"을 주문처럼 흥얼거리며 신나게 걸어가지요. 


“버스를 타지 못하면 트럭을 타면 되고, 트럭을 타지 못하면 자전거를 타면 되고, 자전거를 타지 못하면 걸어가면 되~지!!!” 

아이는 자신의 생각처럼, 그림책 속 주인공이 걸어가길 택한 것을 몹시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버스가 오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게 당장 이루어지지 못해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냅니다.

 

이 그림책을 ‘난독’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과도 함께 나누었답니다. 

읽는 방법을 배운 덕분에 책을 곧잘 읽지만, 아직 맞춤법에 맞춰 글을 쓰는 데는 조금 어려움을 갖고 있어 도움을 받고 있지요. 

아이들이 걱정을 늘어놓습니다. 곧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기타를 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앞에 너무나 오랜만에 서느라 많이 떨린다구요. 사람들 앞에서 실수할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런 아이와 함께 그림책 <버스를 타고>를 함께 읽었더니 아이는 맞춤법이 틀리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감을 시로 써냅니다. 

"기타를 치고 있을 때 코드를 틀러서 기분이 않좋아. 
그럴 땐 이저버려. 딩딩딩~딩딩.
신나게 다시 시작해. 용기를 내봐! 딩딩딩~딩딩.
그래도 않되면 다음에 다시해! 딩딩~딩딩딩


다른 어린이는 

“선생님! 버스는 가다가 고장나서 가고 싶은 곳에 못 갈 수 있는데, 걸어가면 천천히 가고 싶은 곳까지 갈 수 있어요!”

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가 올 것이라 믿었던 희망이 무참히 무너졌던 때, 낙담하고 절망 속에 갇히기 보다, 내게 주어진 어려움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가기!


중요한 것은 분명하게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예요. 


내가 바라는 곳으로!



(작은책 12월호에 수록한 글을 수정해 재수록했습니다. :)) 

#버스를타고 #아라이료지 #보림  #작은책 #작은책12월호 #책약방 #언제든어디든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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