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립미술관 전시를 보고
청명한 여름날 성북구립미술관으로 향했다. 《허윤희: 영원은 순간 속에》 전시장에 들어서니, 해돋이 그림들이 벽 삼면에 가득했다.
허윤희 작가는 몇 년 전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한 뒤, 새벽 바닷가에서 태양을 보며 살아 있음을 느꼈다. 작가는 도시 사람들에게 자연의 생명력을 전하려고 날마다 일출을 그리는 〈해돋이 일기〉 작업을 시작했다.
하늘은 귤빛, 연분홍빛, 연보랏빛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파도는 청록빛, 에메랄드빛, 햇빛 받아 레몬빛으로 반짝인다.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재료로 그렸지만 모든 그림이 각각 다르다.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아름답다. 우리도 이 몸이란 재료로 날마다 매 순간 자신만의 삶이란 작품을 만들어간다. 물론 몸도 실은 계속 변하고 있다.
해돋이 그림 중 특히 발길이 머문 그림이 두 장 있다. 하나는 해님도 수평선도 보이지 않고 하얀 하늘과 연회색 바다가 하나 된 그림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또 하나는 잿빛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그림인데, 밝은 햇살이 바다뿐 아니라 내 마음까지 물들였다.
작가의 다른 연작인 〈나뭇잎 일기〉는 작가가 10여 년간 매일 산책길에 나뭇잎 하나를 주워와 그린 것이다. 생생한 초록 잎부터 붉은 단풍잎, 벌레 먹어 구멍 난 갈색 잎까지, 계절 따라 다른 잎은 끊임없이 변해가는 우리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날마다 그날의 빛깔을 대표하는 잎 하나를 그리고, 그 밑에 시적인 짧은 글을 써놓았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글들이 눈에 띄었다. 작가의 뜻에 따라 생태 보호를 위해 이번 전시에는 종이 대신 모바일 리플릿을 만들었다고, 미술관 자원활동가분께 들었다. 생각과 행동의 일치가 인상 깊었다. 작가는 온 생명이 함께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어온 것 같다.
오늘은 어떤 빛깔이 내 마음에 기쁨을 선사할까? 나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떤 빛깔로 물들이게 될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다채로운 색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