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책임, 우리의 행동

by 김선애

어느 날 만난 이웃의 말. “이제는 3월부터 10월까지는 여름이고 나머지는 겨울이래요.”


또 다른 이웃인 어린아이의 엄마는 말했다. “아이가 가을 없이 무더운 여름에서 추운 겨울로 바로 넘어가서 걱정해요. 추위를 많이 타거든요.”


기후위기로 여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올 3월에 버스에서 내 앞에 앉아 있던 두 어린이를 기억한다. 열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옆에 앉은 친구에게 말했다. “덥다.” 3월이지만 사람들은 반소매를 입고 있었다.


지난해 폭염으로 죽은 가축은 140만 명이 넘는다. 닭, 오리, 돼지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생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요즘 축산의 대부분은 몸을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비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을 과밀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이다. 우리가 동물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돼지는 땀샘이 없어 더위를 많이 탄다고 한다. 여름에 잠시만 밖에 있어도 더워서 힘든데, 돼지를 비롯해 수많은 생명들은 얼마나 힘들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죽은 가축이 벌써 60만 명이 넘었다. 아직 7월이니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공장식 축산을 계속한다면 내년에도 수많은 동물이 죽을 것이다. 축산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기후위기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가 초래한 기후위기로 폭염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너무나 많은 동물의 죽음이 우리의 책임이기에, 우리는 행동할 책임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오늘 한 끼 채식할 수도 있고, 기후위기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를 줄이며 에너지를 아낄 수도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특히 중요하다. 정책은 온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 역시 시민들의 몫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2031~49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은 지금의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들이 기후소송을 제기한 결과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이다.


원고에 속하는 청소년기후행동은 판결이 나오기 전, 5천 명이 넘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국민참여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는 탄소중립기본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고, 권리를 보호하는 기후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31~4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6년 2월까지 세워야 한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기에,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목표는 모든 사람―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안전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하고, 이 행성에 함께 사는 수많은 생명의 고통을 줄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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